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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my LIFE] 온양도자기 한용현 대표 “전국의 호텔 그릇에 ‘온양’이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 157개의 호텔에 그릇을 납품하고 있는 ㈜온양도자기. 한용현 대표가 호텔에서 주문한 그릇을 제작하던 중 접시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영회 기자]

전문인은 아름답다. 그 열정이, 그 치밀함이…. 이 코너에선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일궈 낸 지역 주민들을 모신다. 성공했거나, 일가(一家)를 이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신라호텔·쉐라톤그랜드워커힐·서울그랜드하얏트호텔…. 이름만 들어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국내 최고급 호텔들의 이름이다. 이 호텔에서 숙박을 하거나 모임·세미나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식탁 위에 놓여진 고급스런 그릇들을 접했을 것이다. 뽀얀 빛깔에 금색 테두리를 두른 그릇은 오히려 음식보다 더 눈길을 끌기도 한다. 주부라면 누구나 “우리 집에도 이런 그릇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봤을 것이다.

충남 아산에 전국 최고급 호텔에 그릇을 납품하는 업체가 있다는 사실. 기자도 취재를 하고서야 알 수 있었다. 아산시 신창면 궁화리 ㈜온양도자기가 그 주인공이다. 1987년 창업, 그 해 국내 최초로 핸드페인팅 제품을 개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온양도자기. 88년 서울올림픽과 90년대 초반 미국 수출을 계기로 업계 3위로 올라서며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온양도자기는 현재 전국 127개의 호텔과 4600여 곳의 대형 한식·일식·중식·퓨전음식점에 그릇을 납품하고 있다. 온양 토박이로 서른 살에 온양도자기를 설립, 올해로 23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한용현(52) 대표는 “명실상부한 도자기·식기업체로 성장하기까지 도와 준 고객과 호텔 관계자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회사이름이 낯선데.

 “허허~. 업계 3위인 온양도자기를 모른다니. 아마 일반 시민들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호텔·리조트·고급식당 납품 전문업체다. 공장에도 ‘호텔과 함께 하는 온양도자기’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그릇은 아마도 광고에서 많이 본 경쟁업체의 제품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거래처를 갖고 있는 곳이 바로 온양도자기다. 호텔이나 골프장, 대기업 영빈관, 그룹 총수 저택, 고급 한식·일식당에서는 온양도자기가 만든 그릇을 쓰고 있다.”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아마 서른 살 즈음이었을 것이다.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우연히 ‘고급 그릇이 모두 일본에서 수입된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금과 모아 둔 돈 8000만 원으로 회사를 차렸다. 당시 가마 1기 가격이 5000여 만원이었는데 창업자금이 부족했지만 은행대출은 받지도 못했다. 사채를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영업망은 어떻게 운영하나.

 “우리 회사는 대리점을 운영하지 않는다. 중간 유통마진을 빼기 위해서다.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큰 거래는 대표가 직접 영업을 한다. 구매를 담당하는 거래처 직원들을 공장과 전시장으로 초대해서 제품을 설명한다. 공정을 보여주면 신뢰가 쌓이고 납품단가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형 식당에서는 사장보다 주방장이 직접 와서 그릇을 고른다. 현장에서 원하는 디자인과 양을 주문하면 대부분 들어준다.”

 -88서울올림픽 특수는 어떠했나.

 “그 때만큼 호황을 누렸던 적이 없었다. 87년에 처음 문을 열고 1년 만에 밤샘작업을 할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었다. 올림픽 전에 20여 개의 호텔이 새로 지어졌는데 납품을 모두 했다. 8개월 동안 잠을 못 잤다. 생산량은 한정돼 있고 눈만 뜨면 주문이 밀려들었다. ‘전화통에 불이 난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물량을 댈 수 없어 결국 5000만 원짜리 가마를 추가로 들여 놓았다.”

 -회사의 강점은 무엇인가.

 “33명의 직원 가운데 10명이 연구인력이다. 금형제작 등 연구비에만 150억 원을 투자했다. 수 천 가지의 디자인·색상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준다. 한식·일식·중식 등 다양한 제품을 갖춰 선택의 폭이 넓다. 최근엔 ‘음식의 맛 70%는 그릇이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릇에 대한 관심이 높다. 주방장들이 직접 선택하는 제품이 바로 온양도자기다.”

 -주요 거래처는.

 “지역에서는 온양그랜드호텔과 도고CC·팔레스호텔 등이 있다. 대기업 중에서는 에버랜드·휘닉스파크·현대제철·현대자동차가 주요 고객이다. 신라호텔·쉐라톤그랜드워커힐·그랜드하얏트호텔을 비롯해 서울·부산·제주·대구지역 호텔도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강촌CC·곤지암CC·천룡CC·군산CC 등 70여 곳의 골프장에서도 온양도자기를 볼 수 있다. 호텔이나 리조트에 가서 식사를 하면 그릇을 한 번 뒤집어봐라. ‘온양도자기’ 로고가 있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2003년인가. 강원랜드 개장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아산에서 강원도 정선까지 승용차로 5시간이나 걸렸다. 직접 차를 몰고 59번이나 다녀왔다. 제품을 설명하고 원하는 디자인을 계속해서 만들어 보여줬다. 당시 납품 총액이 10억4000만 원이었다. 부가가치로 따지자면 자동차 부품 150억~200억 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회사의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흔히들 ‘삼고초려’라고 하는데 우리는 ‘59고초려’를 했다. 제품을 모두 만들어 트럭 11대로 싣고 갔다. 제품이 부서질까 1박2일간 천천히 갔다. 트럭이 공장을 출발할 때 직원 모두가 나와 박수를 쳤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수출도 많이 했는데.

 “88올림픽 때 호텔에 묵었던 외국 귀빈들이 도자기에 관심을 보였다. 90년대 초반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도자기의 본고장인 영국까지 수출망을 넓혔다. 당시 미국에 80만 달러, 영국에 5만 달러를 수출했다. 현재도 미국의 대형 퓨전식당에서 주문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 추진하는 사업은.

 “베트남 하노이에 들어서는 호텔에 그릇을 납품하기 위해 견적서를 보냈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데 엔(円) 고(高) 때문에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다. 다음 달 호텔이 문을 여는 데 이달 말이면 최종 결정이 될 전망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내에서는 여수와 안성에 들어서는 골프장·호텔 납품을 준비 중이다. 2개 사업장 납품이 성공하면 수억원 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과 경쟁 중이지만 자신이 있다.

 -일반인들이 구매를 하려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된다. 하지만 전시장을 찾아 꼼꼼히 살펴보는 게 더 좋다. 전시장은 아산 인주면에 있다. 수천 가지의 디자인과 색을 담은 그릇을 볼 수 있다. 전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가격을 보고 놀란다. 백화점·할인점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량 구매를 하면 원하면 디자인과 색상을 맞춰주기도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디자인을 맞춰 줄 수 있는 게 우리 회사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

 신진호 기자

㈜ 온양도자기 연혁

1986년 11월 온양도자기 설립
1987년 5월 제1공장 준공
1990년 11월 서울사무소(서초동) 개소
1993년 12월 제2공장 준공 및 제1·2
공장 통폐합
1997년 7월 품질보증(Q마크) 획득
1998년 12월 부산사무소(감만 2동) 개소
2001년 10월 아산시민대상 수상(아산시청)
2001년 12월 ㈜온양도자기 설립
2002년 10월 ㈜온양도자기 준공. 본사 및 제1공장으로 지정



대기업 총수도 사용하는 찻잔
한 대표가 회장 기호맞춰 직접 수주

 ㈜온양도자기 본사 1층 전시실에 들어가면 황금색을 두른 찻잔세트를 볼 수 있다. 국내 굴지의 그룹 A회장이 자택에서 직접 사용하는 찻잔 세트다.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A회장이 직접 골랐다면 가격이 얼마나 되는 지 가늠할 수 있다.

A회장의 마음에 들 정도로 디자인과 색상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평소 음식과 그릇에 관심이 많은 A회장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한용현 대표가 직접 자택을 방문해 최종 결정을 받아냈다.

 대기업에서 국빈·외빈을 초청해 만찬을 하는 영빈관도 주요 고객이다. 현대자동차 영빈관과 현대제철 영빈관에서 사용하는 그릇 역시 온양도자기 제품이다. 대기업 소유의 골프장에서도 온양도자기 제품을 선호한다.

강촌CC·곤지암CC·동해CC 등 회원권 가격이 10억 원 이상인 골프장에서 온양도자기를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을 정도다.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와 차를 마실 때 받침대를 뒤집어보면 ‘온양도자기’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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