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김대중총재 청와대 회담…이회창총재는 사실상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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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24일 청와대에서 단독회담을 갖고 올 대선의 공정성.정국운영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김대통령은 다른 주요 대선후보 4인과도 개별 연쇄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회창 신한국당총재가 청와대 회담을 사실상 거부함으로써 정국은 더욱 미묘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회창총재는 24일 검찰의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를 金대통령과의 회담 조건으로 제시, 김대통령과의 회담 (11월1일 예정) 이 무산될게 확실시 된다.

이총재는 동시에 김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을 재촉구했다.

◇ 김영삼.김대중 회담 = 1시간20분간 진행된 조찬회담에서 "두분은 정국 안정을 위해 노력키로 합의했으며, 정치권에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데 공감했다" 고 조홍래 청와대정무수석이 발표했다.

김대통령은 "어느 후보에게도 절대 불이익이 가는 일은 없을 것" 이라면서 "나는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거나 돼서는 안된다는 것은 없다" 는 입장을 표시했다고 김총재가 소개했다.

김대통령은 '대선전 정계개편설' 을 김총재가 제기한데 대해 "전혀 그런 구상이 없다" 고 잘라말했다.

김대통령은 국민 불안의 사례로 신한국당의 비자금 의혹 폭로를 들면서 "사전에 몰랐다" 고 이회창 신한국당총재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두 사람은 구속.수감중인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 문제등 다른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은 언급을 피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25일 조순 민주당총재, 30일 국민신당 (가칭) 이인제 전경기지사, 11월3일 김종필 자민련총재와 각각 단독회담을 갖는다.

◇ 이총재의 회담 거부 = 이회창총재는 검찰의 수사유보및 당내 분란등에 대한 金대통령의 개입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金대통령의 분란수습 노력을 요구했다.

이총재는 서울 여의도당사 대강당에서 열린 '정치혁신선언 지지 결의대회' 에 참석, "검찰의 수사유보 결정을 재고, 정상적으로 사실이 밝혀져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과 면담하고 얘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며 청와대 회동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총재는 "비자금 의혹 사건이 3김씨간의 정치적 야합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명예총재가 당적을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 밝혔다.

이총재는 "검찰의 수사가 느닷없이 유보되고 대통령이 국민회의 김총재등과 단독회담을 하면서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되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이총재는 또 "완전 자유경선에서 후보를 뽑아놓고 이제 와서 총재사퇴.후보사퇴등을 거론하는, 이러한 모든 분란행위는 요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탓하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면서 "이 문제 역시 김대통령에게 달려있다" 고 김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보균.이연홍.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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