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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페닝스 와튼스쿨 교수가 본 ‘AIG 보너스 환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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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AIG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를 입법을 통해 환수하겠다는 것은 사회주의나 나치즘과 다를 게 없다.”

20일 서울대 경영대 LG관에서 만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요하네스 페닝스 교수는 AIG의 보너스 지급 논란이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의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국민 전체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전날 미국 하원은 올해 50억 달러 이상 구제금융이 투입된 금융회사의 직원에게 보너스가 지급될 경우 90%를 중과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페닝스 교수는 이런 조치가 “좋은 정치일진 몰라도 결코 좋은 경제정책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한국의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 운동에 대해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만족스러워도 계약은 지켜야”=그는 막대한 금액의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는 AIG가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달래기 위해 정치권까지 나서 ‘징벌적 법안’을 마련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우수 인력이 해당 금융회사를 빠져나가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미국의 이미지가 실추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즉흥적인 법안으로 미국이 ‘게임의 원칙(Rules of the game)’을 지키지 않는 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말했다.

◆“잡 셰어링은 훌륭한 완충장치”=페닝스 교수는 “정부·민간 차원에서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력이 한국을 경제 재앙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때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해고(Lay-off) ▶임직원 감봉 ▶일시적인 근무시간 단축 등이다. 한국에선 첫째 방안 대신 나머지 방안을 적절히 섞어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잡 셰어링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엔 미국이 해고가 자유로운 데 비해 한국은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못한 게 문제로 지적됐다”며 “그러나 이젠 오히려 위기를 이기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자리가 유지됨으로써 소비가 계속되고 결국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미국은 극단적인 자본주의·개인주의 탓에 이런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나 기업은 잡 셰어링이 계속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의 안전망이 잘 갖춰진 나라일수록 ‘무임승차’하는 노동력이 생기고 개인들의 ‘사업가 정신’이 퇴색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글=김필규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요하네스 페닝스 교수=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MBA) 와튼스쿨의 페닝스(70) 교수는 인사관리, 조직혁신, 의사결정 분야의 전문가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미국 미시간대에서 조직관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카네기멜런대·컬럼비아대 교수를 거쳐 1983년부터 와튼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대 글로벌 MBA 강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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