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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지리산 산불 진화작업의 조직력 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지국 (支局) 둘. 여기는 지국 다섯. 여기 중산리헬기장에는 소방차가 없습니다. 헬기를 양수기가 있는 거림계곡으로 보내세요. "

"지국 다섯. 여기 거림계곡의 양수기도 이미 철수 했습니다. 헬기가 와도 물이 없습니다. " '지국' 은 무전기의 호출지역을 나타내는 용어로 '둘' 은 산청군시천면내대리 거림계곡을, '다섯' 은 중산리헬기장을 가리키는 것이다.

지리산 산불이 났던 첫날인 22일 오후4시쯤 국립공원 지리산동부관리사무소 진화본부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현장의 다급한 목소리는 이번 진화작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를 너무 잘 알 수 있게 했다.

이같은 혼선은 진화작업을 벌이던 헬기 8대가운데 4대가 지리산 산불에 이어 이날 오후3시쯤 거창 보해산 (해발 9백10m) 자락에서 발생한 또다른 산불을 끄기위해 떠나자 소방차와 양수기도 함께 철수해 버린데서 비롯된 것이다.

산불진화에 동원된 헬기들이 물이 있는 곳을 찾지 못해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동안 곱게 물든 지리산 단풍은 시커먼 잿더미로 변해 가고 있었다.

여기에다 발화지점을 두고 하동군과 산청군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가 하면 피해면적 계산도 너무 터무니없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맨처음 산불을 발견한 직원들의 말로 미루어 하동쪽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하동과 산청군은 서로 "상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능선을 넘어 왔다" 고 주장하고 있다.

공식 피해집계도 터무니없이 '면적 10㏊ (산청 7㏊, 하동 3㏊)에 피해액은 28만9천원 (1만7천여그루 묘목값 기준)' 이라고 발표, 신뢰성을 잃고 있다.

산불진화에 동원된 사람들은 "삼신봉에서 세석고원쪽으로 1.5㎞쯤 타들어갔으며 피해면적도 50㏊이상 된다" 고 말하고 있다.

아뭏든 산불에 대한 입산자들의 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불이 났더라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행정기관들이 조직적.체계적으로만 움직였더라도 큰 불로는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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