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전통문양 원단수출 홍익대교수 이경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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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 것의 세계화' .요즘 누구나 한번쯤은 외치고 나서는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라고 되물었을 때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디자인기획회사 '누브티스' 의 대표이자 홍익대 섬유미술과 겸직교수인 이경순씨 (39) 는 적어도 원단디자인 분야에 관한한 책 한 권 분량은 족히 될 대답을 조목조목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유학 (미국 필라델피아대 텍스타일과 - 로체스터 디자인대학원) 후 미국과 국내에서 8년간 국내외 유명 의류.홈패션업체의 원단 디자인을 도맡아온 이씨. 그는 2년전쯤 "외국 손님들에게 줄 변변한 선물거리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우리 전통문양을 재창조하는 원단을 개발케됐다고 한다.

" '우리 것이니 아무리 디자인이 조악해도 사라' 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죠. 전통문양을 소재로 하되 입맛 까다로운 외국인들이 봐도 한눈에 사고싶을 만큼 고급스런 디자인과 색감을 살려내는 게 제 목표였습니다. " 이씨는 이를 위해 해금.아쟁.장고같은 악기, 첨성대.남대문등 유적들을 모티브로 채택하되 색깔은 원색이 아닌 유럽풍의 중간색으로, 디자인도 단순화해 현대적인 맛을 냈다.

이 원단으로 제작한 스카프와 넥타이, 테이블매트와 쿠션등 각종 상품들은 현재 면세점과 호텔 선물코너에서 커다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세계화로 가는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최근 영국리버티백화점과 스카프.넥타이등의 납품계약을 맺은 그는 향후 일본이나 유럽 각국으로 뻗어나갈 의욕에 가득차있다.

이씨는 현재 통상산업부의 산업기술기반자금 지원으로 전세계 디자이너들이 한국의 전통문양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영문으로 해설을 단 기초 디자인책을 집필중. "문화가 먼저 알려져야 제품이 팔리죠. 일본인들이 벚꽃무늬등 전통문양을 담은 디자인책들을 열심히 파는 건 그 때문입니다. "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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