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괌·알래스카 공격 가능한 미사일 실전 배치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사이 압록강변에서 외국 취재진이 북한 쪽을 촬영하자, 굳은 표정으로 손가락질하는 북한군 병사. 북한은 지난 17일 두만강변에서 취재 중이던 미국 여기자 2명을 억류했다. [중앙포토]

북한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태평양 연안의 정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다음 달 4∼8일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를 북한이 예고한 가운데 한·미는 저지를 위한 대북 경고와 설득을 병행하고 있어 이번 주가 사태 전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실전 배치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알래스카까지 공격할 수 있는 실체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키 리졸브 연습’ 종료에 따라 북한이 남북군 간 통신선을 21일 재개했지만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본격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경 대응 예고한 미국 주한미군사령관
“묵과 못할 실제 위협”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19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북한이 일본 오키나와와 미국의 괌·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현재 실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로서 미 상원 군사위 인사청문회에 출석했을 때 그는 “북한이 새로운 중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보고했었다. 샤프 사령관의 평가에 따르자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은 1년 사이에 실험에서 실전 배치로 바뀐 것이다. 위협이 코앞에 닥친 셈이다.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을 총지휘하던 샤프 사령관이 훈련이 끝나기도 전에 미국으로 간 것도 북한 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을 방증하고 있다.

북한이 1990년대 말부터 개발에 착수해 최근 배치한 IRBM은 구 소련제 SS-N-6를 모방한 것으로 사거리가 3000∼4000㎞다. 오키나와·괌·알래스카가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이들 지역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증원되는 미군과 전투력이 집결돼 있는 곳이다. 다음 달 초 북한이 발사할 예정인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미국이 요격할 경우 북한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샤프 사령관은 “북한은 사거리와 파괴력, 정확성이 향상된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으며 자국 사용과 대외 수출을 위해 미사일 보유량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 측은 북한이 이미 800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수출하고, 성능이 향상된 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에 묵과할 수 없는 위협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실제적인’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대북 압박 나선 한국
“끝내 강행한다면 PSI 전면 참여 검토”

남은 시간은 2주일.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저지하기 위한 막판 외교도 급박해지고 있다. 핵심은 북·미 접촉이다. 북한이 대화 거부의 명분으로 삼아온 키 리졸브 연습이 20일로 끝남에 따라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났다고 한·미 정부는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현재 북·미는 뉴욕 채널(주유엔 북한대표부 당국자들을 통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미사일 발사는 안 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고위급 창구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 중이다. 이달 초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서울에 왔다가 북한의 반응이 없어 그냥 돌아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별대표의 방북 의지도 아직 유효하다. 남은 변수는 북한의 수용 여부 결정이다. 북핵 6자회담 대표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측 6자회담 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주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미국 방문도 검토 중이다.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대표도 22일 방중을 계획 중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0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우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전면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남북 관계에 대한 영향을 우려해 부분 참여에 머물러 왔던 PSI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주도로 2003년 시작된 PSI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및 부품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자국 영해에서 검색해 항해를 제지하는 국제 공조체제로 북한·이란·시리아 등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 한국은 2005년 미국의 요청으로 PSI의 8개 항목 중 역내외 훈련 참관 등 옵서버 자격으로 가능한 5개 항목에 참여하고 있으나 정식 참여는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남북해운합의서에 근거해 불법 물자를 실은 선박을 검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예영준 기자

북한이 최고인민회의(국회) 12기 1차 회의를 다음 달 9일 평양에서 개최한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16일 최고인민회의 소집에 관한 결정을 통해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를 4월 9일 평양에서 소집하기로 했다”며 “(3월 8일 선출된) 대의원 등록은 4월 7, 8일 만수대의사당(국회의사당)에서 한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 12기는 당초 지난해 9월 출범했어야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졸중과 국가 수립 60주년(지난해 9월 9일) 등 대내 정치 일정으로 미뤄졌다.

최고인민회의 소집한 북한
미사일을‘축포’로 대내 결속 강화 노려

9일 열리는 회의에선 예산 결산 및 심의, 국방위원회·내각 인사, 법률 개정 등을 할 예정이다. 특히 김 위원장 3기인 이번 회의는 실질적 국가 운영기관인 국방위원회를 비롯해 후계구도를 암시하는 인사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또 헌법 개정 여부도 관심거리다. 1998년 개정된 헌법에는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부위원장, 위원들을 선거토록 돼 있으나(91조 7항) 지난 2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임명은 국방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명의로 이뤄진 바 있다. 앞서 72년 헌법에는 국가주석이 최고사령관을 겸하도록 규정했으나 북한은 91년 김일성 주석이 겸했던 최고사령관에 김 위원장을 추대하고 92년 이 조항을 수정한 전례가 있다.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9일은 북한이 인공위성이라 주장하는 ‘광명성 2호’ 발사 예정일 직후다. 북한은 다음 달 4일과 8일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12일 통보했다. 북한이 예고 기간에 로켓 발사를 강행하고, 직후에 최고인민회의를 여는 것은 대내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일종의 ‘축포’인 셈이다. 98년 김 위원장 1기 출범 때도 최고인민회의 10기 1차 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광명성 1호를 발사한 바 있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