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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총재,단일화 복귀 전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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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비자금 의혹 정국의 와중을 지나면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DJP 후보단일화를 두고 '물밑 전투' 를 벌였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상황은 지난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DJ와 연대결심' 을 굳히고 (본지 10월5일자 1, 3면 보도) "가까운 시일안에 결심하겠다" 는 '중대발언' 을 남긴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서울 근교 골프장을 찾았다.

운동중인 김총재를 찾는 급한 전화가 왔다.

한 당직자가 "은행감독원 직원으로부터 금방 받은 제보" 라며 "지금 관계기관이 총재의 은행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는 내용이었다.

5일과 6일 사이엔 권력 핵심 인사와 여당의 고위층으로부터 차례로 "DJ가 박살날 일이 곧 있을텐데 그래도 단일화하겠느냐" 는 경고조의 정보전달이 있었다.

'단일화작업에 더 깊이 들어가면 JP도 무사하기 어렵다' 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것. 7일은 여당의 '비자금 폭로' 날. 김종필총재는 "쓸데없는 반응을 보이지 말라" 며 엄중한 함구령을 내렸다.

더욱이 단일화협상 2차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14일 김종필총재는 분노를 표출했다.

김대중총재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권후 내각제 개헌을 한 이후에도 통일.외교.안보부문에선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겠다" 고 말한 대목 때문이다.

김종필총재는 15일 "김대중 총재의 비자금 문제는 검찰.국회국정조사.특검제등을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는 강경발언을 했다.

찬바람은 16일에도 이어졌다.

김종필총재는 김해김씨 추향대제 참석차 같은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김대중총재를 외면했다.

김종필총재는 대제뒤 신한국당 출신 김해김씨 의원들이 초청한 오찬자리에 어울려 '김대중총재에 관한 듣기 민망한' 농담에 맞장구를 쳤다.

이같은 상황이 즉각 김대중총재에게 보고됐다.

이에 다급해진 김대중총재는 17일 '독일식 순수내각제 수용결심' 으로 김종필총재를 달랬다.

김용환 부총재와 강창희 사무총장이 즉각 김종필총재의 서울 신당동 자택을 찾아 이 사실을 보고하고 "실무협상의 최대고비를 넘긴 만큼 이제 두분의 최종 회동만 남았다" 고 설득했다.

20일 김종필총재 주재의 간부회의가 진행되던중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가 이정무 총무를 전화로 찾았다.

"YS 대선자금과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의 경선자금을 건드리는 논평을 내 우리당을 좀 도와달라" 고 요청한 것. 김종필총재는 "그렇게 하라" 고 지시했다.

비자금 정국중 처음 있었던 김종필총재의 '지원지시' 였다.

거의 모든 당직자들이 "DJP단일화는 분명하다.

다만 최종 회동시점은 전략적으로 조정될 것" 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도 이날부터였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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