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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인화지 속 '비극의 현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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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1954년 2월 16일 북으로 귀환하길 거부하는 포로와 북한측 대표가 판문점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에 보관돼 있다.

한국전쟁기 전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희귀 사진들이 책으로 엮여 나와 일반에 공개됐다.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NARA)에 보관 중인 사진 가운데서 500여 점을 골라 뽑아 '지울 수 없는 이미지-8.15 해방에서 한국전쟁 종전까지'(박도 엮음, 눈빛, 260쪽, 3만5000원)라는 제목으로 묶어 펴냈다.

'미군과 유엔군''국군과 인민군''전화에 휩싸인 한반도''피란민과 전쟁고아''포로''학살''정전회담과 휴전'등으로 분류하며 비극적 현대사를 재현했다. 소설가 박도씨는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배후를 밝히기 위해 지난 2월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 현대사 관련 파일을 열람하던 중 발견해 교민들의 도움을 받아 스캔해 왔다"며 "미군이나 미국 정부 소속 종군사진가들이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첫 장을 넘기면 해방 후 태극기 대신 성조기가 중앙청 건물에 게양되는 장면이 펼쳐진다. 마지막은 1954년 포로 송환 사진으로 채워졌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학살'장면. '서울근교 좌익사범처형'(15매), '대전형무소 정치범 처형'(18매), '대구 부역자 처형'(7매) 사진 등을 재미 사학자 이도영 박사가 NARA에서 입수해 일부 공개했던 것을 미국측 비밀보고서와 함께 이번에 다시 실었다.

해제를 쓴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특히 북한 지역의 사진들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것들"이라고 평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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