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반 판매 1년 새 43% 늘린 기획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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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43%. 음반사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2007년 대비 2008년 클래식 음반 매출 성장률이다. 2년 전까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다가 15%, 43%로 훌쩍 뛰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인기에 발맞춘 앨범, 피겨 요정 김연아 열풍을 음악으로 끌어당긴 음반이 히트를 쳤다. 카라얀 탄생 100주년, 피아니스트 백건우 고정팬을 앨범 판매로 연결시킨 것도 이들이다. 최근 판매량 1만장을 넘긴 클래식 앨범은 1년에 10개 미만이었다. 하지만 ‘베토벤 바이러스’ 음반만 8만 장이 팔렸다. 불황 속 적시타를 날린 주인공은 이 회사 클래식 마케팅부. 다섯 명 부원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비결은 ‘빠름과 오래됨’이다.

불황 속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 ‘효자 상품’ 음반을 들고 있는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직원들. 왼쪽부터 조희경·이용식·송현수·이지현·정푸름씨. [김상선 기자]


◆빠름=“정해진 아이디어 회의 시간? 한달에 두 어번뿐이다.” 송현수(45) 이사의 말이다. 연락망은 24시간 켜져있다. 퇴근 후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나눈 말이 앨범으로 나오기도 한다. 1만 장 한정판이 인터넷 선주문으로 모두 팔린 후 추가 제작했던 김연아의 음반 또한 그랬다. 조희경(41) 부장이 “집에서 TV로 김연아의 피겨 연기를 보던 중 그 자리에서 부서원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는 것. 연기의 배경 음악은 물론 듣기 쉬운 클래식 음악이 담긴 CD를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백건우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세트 또한 ‘빠름’의 승리였다. 고유 번호를 붙인 3000세트 한정판은 한달 만에 매진됐다. “오전 10시에 아이디어가 나왔고, 당일 오후 6시쯤 마스터플랜이 완성됐다”는 것이 송 이사의 설명이다. 하루동안 부서원이 모두 음반 매장으로 나가 ‘현장’을 살펴보고 전략을 세웠다. 결국 고유 번호를 붙여 소장가치를 높이고, 포장은 커다란 사진첩처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음반으로 나오기까지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래됨=빠른 결정의 바탕에는 경험이 있다. 이들은 길게는 13년, 짧게는 7년씩 이 회사에서 일했다. 음악을 들은 시간은 수십년씩이다. 이용식(38) 차장은 “커피와 관련된 곡을 뽑아보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1000곡씩 적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연아 앨범에 들어갈 음악은 3시간 만에 모두 결정됐다.

시장의 변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도 그동안 일궈놓은 성과다. 송이사는 “무조건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설명했다. 연주자는 물론 공연 기획자·교육자·학자 모두 이들의 중요한 정보원이다.  

김호정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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