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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자짜’ 함께 부른 주현미-‘소녀시대’ 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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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사는 게 고단해서일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따라 부를 수 있는 가벼운 트로트곡이 인기다. 장윤정·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성공에 이어 ‘슈퍼주니어’와 ‘빅뱅’의 대성 등 아이돌 멤버들이 트로트에 도전하더니, 이번엔 가요계의 까마득한 선후배가 만났다.

“선배님, 오늘 너무 예쁘세요.” “서현이랑 사진 찍는다고 해서 꾸미고 오느라 힘들었어 .” 카메라 앞에 선 주현미와 서현은 진짜 모녀 사이처럼 줄곧 소곤거리며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김태성 기자]


데뷔 25주년을 앞둔 ‘트로트의 여왕’ 주현미(48)와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18)이 함께 부른 ‘짜라자짜’는 지난달 발표와 동시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뛰어올라 3주 넘게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쿵짝쿵짝 경쾌한 리듬과 “사랑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못잊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소박한 가사로 30년 세대차를 뛰어넘은 두 사람을 만났다.

◆엄마가 부르던 ‘첫사랑’ 아직도 생생=“우리 엄마가 주현미 선배님과 동갑이신데, 선배님 아들도 저랑 나이가 같대요. 정말 신기하죠?” 서현이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을 신나게 강조했다. ‘주현미 선배와 함께 노래 부를 멤버를 뽑는다’며 ‘소녀시대’ 9명이 테스트 녹음을 마쳤을 때까지도 자신이 선택될 거라고는 상상 못했다. “트로트를 구성지게 잘 부르는 언니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당첨됐다고 해서 너무 놀랐어요.” 서현이 뽑힌 이유는 바로 그 꾸밈없는 창법 덕분이었단다. 주현미가 말을 보탰다. “트로트는 그 어떤 장르보다 기교가 중요하죠. 하지만 억지로 기교를 부리면 바로 티가 나요. 서현은 그 나이에 맞는 순수한 목소리로 노래를 해 줘 아주 맘에 들었어요.”

이번 작업은 주현미가 후배와 함께한 두 번째 도전이다. 2007년 말 조PD와 함께 부른 ‘사랑한다’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젊고 실력있는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

서현에게는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같은 작업이었다. “엄마가 주현미씨 팬이라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마주치는 눈빛이~’를 자주 흥얼거리세요. 아빠는 ‘이젠 노래방에서 딸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며 좋아하세요. 그동안 휴대폰 벨소리를 ‘지(Gee)’로 해 놓으셨는데, 사람들 많은 곳에서 벨이 울리면 좀 민망하셨대요.”

◆한국인은 누구나 ‘트로트DNA’ 있어요=‘짜라자짜’와 같은 빠른 비트의 트로트가 사랑을 받으면서 ‘트로트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오지만 아직 아쉬운 부분도 있다. 주현미는 “트로트는 서민들의 애잔한 정서를 담아내던 장르”라며 “깊이있는 곡이 많지 않다는 게 안타깝지만 트로트 시장이 질적으로도 성장하기 위한 과도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은 ‘트로트 감성’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고 하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트로트에 담긴 삶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게 되는거죠. 그래서 가끔 트로트를 무시하는 젊은이들을 만나면 가수들끼리 이런 말을 해요. ‘걱정마라. 쟤네들은 나이 안 먹냐?’ 하하.”

이 노래 덕분에 “인생 경험 많이 쌓아 트로트를 제대로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서현에게 주현미가 “정말이니? 그럼 내가 ‘키워줘야 할 후배’ 리스트에 넣어둘께” 했다. 서현이 “네! 꼭 1번으로 넣어주셔야 해요”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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