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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 겨냥한 알카에다 테러, 정면으로 맞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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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에 대한 정면대응을 선언할 때가 된 것 같다. 알카에다가 노리는 테러 대상에 한국이 포함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인에 대한 자폭테러가 예멘에서 사흘 간격으로 잇따라 터진 것을 우연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한국인을 겨냥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맞는다. 이제부터 정부는 알카에다의 리스트에 한국도 올라 있다는 전제하에 본격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예멘의 관광지 시밤에서 한국인 4명이 자폭테러로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사고 수습을 위해 현지에 간 한국인들이 또다시 테러를 당했다. 두 사건 모두 남을 해치기 위해 자기 몸을 내던지는 전형적인 알카에다식 자폭테러였다. 다행히 두 번째 테러의 피해자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유가족과 정부 관계자들이 희생될 뻔했다. 예멘 정부의 최종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침착하게 사태를 바라보는 신중함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한국인에 대한 표적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만반의 대책을 세우는 게 보다 현명한 자세라고 본다.

당장 신경 써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15일 발생한 시밤 테러를 계기로 정부는 예멘을 여행자제 지역에서 여행제한 지역으로 위험등급을 올렸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예멘의 알카에다가 한국인을 노린다는 것이 거의 확실해진 이상 예멘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지에 체류 중인 200여 명의 교민도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 알카에다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파악된 나라에 대한 교민 및 여행객 안전대책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사전에 정부가 현지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못해 이번 사고가 일어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더 이상 뒷북 대응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알카에다가 왜 한국을 겨냥하게 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해당국 정부는 물론이고, 이슬람권 국가 및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테러정보 교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슬람권에 한국의 종교적 입장을 제대로 알릴 필요도 있다. 우리는 이슬람에 결코 적대적이지 않으며 모든 종교를 동등하게 대우하고 존중한다는 입장을 제대로 인식시킴으로써 알카에다가 한국을 겨냥한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對)테러 전선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