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열전]극작가겸 연출가 오태석…전통문화의 무대화 힘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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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곧 이순 (耳順) 을 앞둔 극작.연출가 오태석 (57) 씨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 현대연극의 큰 기둥이다.

늘 잠복해 있는 왜색 (倭色) 논쟁도 그의 탁월한 상상력과 은유의 심오한 깊이를 결코 변색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분히 실험적이면서도 정통연극을 지향하며, 전통취향이면서도 모던한 그의 연출양식은 적어도 70년대 이후 현재까지 그를 한국의 대표적 연출가 위치에 올려 놓았다.

1백50㎝대의 단구 (短軀)에 늘 박박 깍은 머리는 오씨의 트레이드마크. 현장에서 연출 지휘를 할때는 늘 몽당연필을 귀에 꽂고 쉴새없이 메모를 한다.

연습부터 막상 막이 내릴때까지 매회 공연이 수정되는 터라 배우들은 그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때문에 그의 연극에선 완성이란 없다.

늘 미완성의 진행형만이 존재한다.

30년 연극인생 (67년 극작 데뷔, 72년 연출 데뷔) 동안 오씨 연극의 화두는 '전통의 현대화' 다.

극작으로 치면 우리말 어법의 올바른 재현이요, 연출로 치면 질박한 토속.전통문화의 시각적 구현이다.

오씨는 충남 서천출신으로 연세대 철학과 졸업. 이른바 '오사단' 의 맹주로 '초분' '물보라' '자전거' '태' '부자유친' '백마강 달밤에' 등 숱한 히트작을 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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