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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살 충격] 盧대통령 "가슴이 미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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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선일씨 사망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한나라당 고진화, 열린우리당 김원웅, 민주당 손봉숙, 민주노동당 노회찬(오른쪽부터)의원이 23일 여야 의원 50명이 서명한 ‘국군부대의 이라크 추가 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국회 의사과에 제출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 요르단 암만의 한 카페에서 현지 청년들이 국제테러조직의 한국인 참수 관련 기사를 읽고 있다. 왼쪽은 알샤르크 알아우사트지이고 오른쪽은 요르단 타임스이다. [암만=서정민 특파원]

김선일씨 살해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와 정치권은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이라크 무장단체의 반인륜적 테러 행위를 규탄했다.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인의 절규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진 국민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을 부산에 보내 유가족을 위로했다. 전날 오후 10시쯤 외교통상부 상황실을 찾아 구출 노력을 독려했던 노 대통령은 두시간여 만인 23일 오전 1시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에게서 '김씨 피살' 보고를 받았다. "알았다"고 짧게 답했지만 이후 적잖은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노 대통령은 사태의 파장을 감안해 반부패기관협의회의 등 이날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열린우리당은 오전 7시30분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고 "평화 재건을 위한 추가 파병의 원칙과 정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테러는 응징의 대상이지 굴복할 대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선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내외 국민의 안전 확보에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한나라당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박근혜 대표는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행위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도마에 올렸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김씨의 시신이 발견된 시간에 노 대통령이 외교부를 방문해 구출의 희망이 보인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논평에서 "김씨의 죽음은 정부가 외교 채널과 협상 능력은 물론 교민 등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대책도 갖추지 못했다는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진하 의원은 "파병 결정 후 정부와 여당이 갑론을박하는 등 국론이 분열된 인상을 준 게 테러집단에 빌미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은 "노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으로서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최순영 의원은 당사를 찾은 반기문 외교부 장관에게 "대사관 직원이었거나 아들이었다면 이렇게 처리했겠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력 부재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반 장관 경질을 촉구하기로 했다. 각 당은 이날 김씨의 빈소로 조문단을 파견했다.

김성탁.이가영 기자<sunty@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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