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에진감독 '아편전쟁' 18일 개봉…철저한 고증통해 해양전쟁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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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중국 근대의 비극과 격동의 시작인 '아편전쟁' 이 중국 최고의 원로감독 시에진 (謝晉)에 의해 영상화되어 18일 대한극장 등에서 개봉된다.

'아편전쟁' 은 중국영화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1백50억원을 들였고 연인원 5만여명의 엑스트라, 47척의 범선등을 투입하는 등 대륙의 규모를 과시하는 작품이다.

정부에서 제작비를 투자하는 종래의 방식과는 달리 이 영화를 위한 민간회사를 따로 차려 새로운 제작.배급체계를 도입하고 지난 7월1일 홍콩 반환에 맞춰 개봉해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

홍콩과 대만의 부자들과 세계에 깔린 화교가 이 작품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해 세계 중국인들이 뜻을 모은 작품이라고도 할 만하다.

광조우 강변에 산더미처럼 쌓인 아편이 활활 타들어 가는 모습, 8천여명의 엑스트라가 한 장면에서 움직이는 영국군과 청나라군의 해전 격돌, 홍콩 할양을 둘러싼 영국과 중국과의 설전 등은 시에진 감독과 중국이라는 대륙의 역량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 광조우시를 재현한 8천여평의 세트와 2만여점의 의상 등은 홍콩반환 이후 또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었다.

당시의 해전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중국 전국에서 소품들이 거둬 들여졌고 중국해군이 직접 군함들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용진' 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시에진 감독은 장이모우.첸카이거 등 이른바 5세대 감독들의 스승으로 중국영화계의 대부로 꼽히며 현재도 상하이영화학교 교장으로서 후진양성에 정열을 쏟고 있다.

따라서 허안화 감독등 중국 영화인들이 거장을 위해 다방면으로 제작을 도왔다.

시에진 감독은 '아편전쟁' 이라는 대서사를 철저한 고증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동서양의 차이를 드러내 한편의 역사교과서 같은 작품을 말년에 내놓은 셈이다.

특히 황제의 명을 받아 영국에 대항에 아편을 태우면서 전란을 일으킨 린저쉬 (임측서)가 사회주의적인 시각에선 왕조주의자로, 개혁세력으로부터는 봉건주의자로 평가되어 왔으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홍콩이 반환되는 시점에선 민족적인 영웅으로 부각되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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