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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연구소 브라운소장 '식량대란' 펴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앞으로의 세계는 식량잉여로 특징 지어진 구시대가 끝나고 식량부족 현상이 지배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인류는 생물학적 멸망의 가능성에 직면할 것이며 그러한 상황은 6천5백만년전 공룡을 비롯해 많은 생명체를 멸망시킨 파국과 맞먹는 일이 될 것이다. "

비영리 환경연구단체인 월드워치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이 신간 '식량대란' 에서 향후 지구촌의 최대 난제 (難題) 로 꼽은 식량난의 심각성을 경계한 말이다 (한송刊) . 이 책은 지난해 11월 로마에서 열린 세계식량정상회담을 위해 준비됐다.

21세기는 '풍요의 시대' 가 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측과 달리 인구증가와 환경파괴로 결국 '결핍의 시대' 가 될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를 펴고 있다.

아프리카.북한을 통해 우리가 극명하게 확인했던 식량난은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전체를 나락으로 빠뜨릴 '시한폭탄' 이라는 주장이다.

저자가 꼽은 식량난의 주요 원인은 인구증가.

매년 9천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새로 태어나지만 이같은 인구를 지탱할 만큼의 식량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특히 80년대말부터 지구촌의 식량증산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1인당 곡물생산량은 1950~84년에 40% 증가한 반면 84~95년에는 15% 감소했고, 1인당 어획고 또한 1950~89년에 2배 가량 늘어났으나 89~95년에는 7% 줄어들었다.

생태계 훼손의 결과는 더욱 파괴적이다.

비료사용을 늘리거나 저인망어선을 늘려도 곡물생산과 어획고가 증가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의 환경시스템은 허물어졌다고. 갈수록 줄어드는 농지, 확산되는 물부족, 한계에 달한 토지생산성, 그리고 기후온난화 등의 부작용도 하나하나 해부된다.

저자는 기술혁신에 대한 막연한 희망에도 반대한다.

식량생산의 획기적 증대를 가져온 기술은 20세기 중반이후 결코 나타나지 않았으며, 최근 각광받는 생명공학도 지난 20여년간 다수확품종을 하나도 개발하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과학기술이 식량난을 헤쳐나가는 '마법의 지팡이' 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식량난의 최종 피해가 북미.유럽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돌아간다는 점. 식량수출국들이 세계 곡물시장을 지배하게 되며, 소위 '식량무기론' 의 폐해도 극심해진다고 꼬집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30%를 밑도는 우리의 입장에서 귀기울일 대목이다.

저자는 이같은 총체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치가들에게▶적극적인 가족계획▶경작지 토양보호▶화석연료에 대한 탄소세 도입▶태양력.풍력에너지의 사용확대▶품종개발 및 기술투자확대 등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한편 선진 각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보다 아시아 국가들의 인구억제에 무게를 싣는 느낌을 줘 제3세계 국가들의 오해를 부를 소지도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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