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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은행 대출 연체율 3년9개월 만에 최고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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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기업과 은행의 몸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이 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부문별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연체 금액도 1년 사이에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해 말 하락세를 보였던 예대비율(예금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정부가 외환위기 후 11년 만에 각종 공적자금을 새로 만들어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고, 부실채권을 사들이려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말 현재 1.67%로 1년 전보다 0.66%포인트 높아졌다. 2005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 연체액이 2007년 말(5조9000억원)보다 9조6000억원 불어난 15조500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침체 여파로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심각하다. 기업 대출 연체율이 2007년 말 0.92%에서 2.31%로 뛴 데는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1.0%에서 2.67%로 치솟은 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를 연장하고 있는데도 연체율이 급증한 게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연체율 상승에 따라 은행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연체가 90일 이상 지속되면 은행은 이를 회수하기 어려운 돈으로 분류하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더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예대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예대비율은 지난해 6월 126.5%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연말에는 118.8%로 떨어졌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고 하는 정부의 행정지도 탓에 2월에는 다시 125.7%로 급등했다. 정부는 이처럼 은행의 건전성이 문제가 되자 20조원의 은행 자본확충 펀드를 이달 말부터 집행하고, 하반기엔 수십조원 규모의 금융안정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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