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관광수지적자 해소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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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계 최대산업이 석유.전자 또는 자동차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관광산업에 필적할만한 산업은 하나도 없다. 관광산업은 전세계 국내총생산 (GDP) 의 10.2%를 차지하고 전세계 노동인구의 9분의1을 고용하며 농업의 5배나 된다.

광활한 국토를 가진 농업대국 호주에서도 실은 관광산업이 총노동인구의 12.5%를 고용하는 최대의 산업이며, 세계 최첨단산업을 자랑하고 세계 최대농업 수출국인 미국도 최고의 외화소득원은 농업이나 항공산업, 또는 군수산업이 아닌 관광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이유는 개별 관광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고 전통적으로 서비스업을 경시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광산업이 제대로 수출전략산업으로 취급받지 못해 투자조건이 불리한데다 국가적으로도 관광투자를 소홀히 해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해야 할 이유가 없으므로 관광수입은 정체됐던 것이다.

그런데다 해외관광이 허용되자 관광수지 적자가 급증해 지난해에는 15억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이러한 관광수지 적자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기후가 따뜻하지도 않고 찬란한 고대문명의 발상지도 아니며 그렇다고 첨단기술과 현대문명의 중심지도 아니다.

그러므로 사업상 한국을 오도록 하는 방법은 세계 최대규모의 교역관을 지어 각종 전문교역전들을 기존의 교역전과 시차를 두고 개최하는 것이다. 독일은 기후가 나쁘고 물가도 비싸며 국민들도 무뚝뚝하지만 연건평 20만평이 넘는 세계 최대규모의 하노버교역관을 비롯해 전국에 총 65만평의 전시면적을 확보하고 세계적 규모의 전문교역전만도 연간 1백여회를 개최해 4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간 23조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고 2백40만명의 외국인을 포함, 7천6백만명이 교역전을 참관하며 연간 26조원의 수출증대 효과를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한국종합전시장 (KOEX) 은 그나마 좁은 면적에 백화점.공항터미널.오피스및 호텔등을 건설해 정작 경쟁력의 핵심인 전시면적이 1만평에 불과하다. 교역전에 대한 인식부족과 국가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독일 교역전의 최대 약점은 도시 규모가 작아 숙박시설이 부족해 교역기간 동안은 정상 숙박요금의 2~3배를 받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한국이 후발국가지만 서울이란 대도시의 이점을 활용하면 교역전을 통해 관광수지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교역전은 컨벤션과 달리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주최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큰 산업이다.

콤덱스 (COMDEX) 회사는 단지 컴퓨터 교역전의 주최권만으로 8천억원에 거래될 만큼 교역전은 무형의 가치가 매우 크다. 또한 교역전 관광객은 일반 관광객보다 이틀이상 더 머무르고 1인당 지출액도 두배가 넘는다.

세계시장에 있어서 유럽과 북미의 비중이 각각 20.5%로 계속 줄어드는 반면 아시아는 37%로 늘었다.

따라서 한국이 기존 교역전과 6개월 시차를 두고 아시아교역전을 개최하면 아시아의 고객들이 굳이 왕복 이틀이 더 걸리며 비싸고 불편한 유럽이나 미국교역전을 참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전시회사들이 시장을 따라오게 돼있다.

그래서 싱가포르가 먼저 이를 시도했으나 아시아의 중심인 동북아에서 멀어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고, 일본은 지가와 물가가 비싸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도쿄 (東京).홍콩 및 싱가포르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서울의 김포공항 근처에 교역관이 위치해야 한다.

만일 지역 이기주의에 집착해 지방도시들이 제각기 건설하면 전시회사나 참관객들이 기피할 것이므로 교역전 자체가 실패할 것이다.

또한 그 규모는 한쪽에서 교역전의 설치 및 철거를 하면서 다른 교역전을 개최할 수 있도록 적어도 연건평 20만평 이상은 돼야 하며, 그래야만 부대시설과 숙박시설이 연중 완전가동돼 국제 경쟁력과 총체적 투자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한국이 교역전산업을 성공시키면 연간 2백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추가 유치하고 20조원 이상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을뿐만 아니라 신상품을 개발하고 신기술을 도입하는데 크게 유리해질 것이다.

[주명건 세종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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