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중고컴퓨터 판매점 연 이인범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요즘 많은 사람들의 희망은 창업이다.

명예퇴직이니 감원이니 하면서 샐러리맨들이 직장에서 밀려나고 구직 (求職) 현장에 한냉전선이 드리우면서 더욱 자기 사업에 관심이 간다.

이런 점에서 중고컴퓨터 판매점인 CC마트 신촌점 (02 - 364 - 6512) 의 이인범 (李仁範.27) 씨는 아이디어만으로 일찍부터 자기 길을 개척하고 재테크에 성공하고 있는 젊은 사장이다.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개인용컴퓨터 (PC) 만큼 각광받는 아이템도 드물다.

중고생 또는 대학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PC 한 대씩 들여놓는 것은 필수가 된 세상. 하지만 문제는 가격. 펜티엄급 PC만해도 2백만원 안팎으로 고가 (高價) 이다보니 큰 맘 먹지 않고서는 구입하기가 힘들다.

여기에 6개월~1년간격으로 새 기종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소비자들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이런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 중고PC판매점이다.

처치곤란한 중고PC를 싼 값에 사서 약간의 마진을 붙여 필요한 고객에게 되파는 이 사업은 자원재활용이라는 일석이조 (一石二鳥) 의 효과도 올릴 수 있는 신종 재테크업종이다.

李씨가 매장을 차린 것은 지난 5월. 대학 (한양대 법학과) 을 졸업하고 2년째 고시공부에 매달리며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던 그는 갑자기 공부를 잠시 미루고 뭔가 활력을 불어넣을 일을 꾸미기 시작했다.

이 때 발견한 것이 중고PC대리점. 그는 꼼꼼이 따져본 끝에 중고PC판매 체인점을 운영하는 'CC마트 (02 - 291 - 8000)' 의 문을 두드렸다.

창업자금은 모두 4천23만원. 부모님께 손도 내밀었고 나머지는 은행대출로 충당했다.

매장은 1층이 가장 좋지만 예산이 안돼 4층에 마련했다.

대신 20평정도의 널찍한 점포를 갖출 수 있었다.

중고PC를 사는 사람들은 충동구매보다는 계획구매가 많기 때문에 매장이 1층에 없어도 장사에는 지장이 없었다.

직원으로 PC를 잘 다루는 3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고객에게 제품을 설명하고 파는 영업사원이자 애프터서비스도 맡는 1인2역을 담당했다.

제품은 처음에는 본사에서 대줬다.

중고PC 판매가격은 486노트북 컴퓨터가 45만원 (흑백 모니터)~75만원 (컬러모니터) 안팎이고 펜티엄 노트북컴퓨터는 1백15만원 내외. 펜티엄급 데스크탑PC (1백50㎒) 는 모니터포함, 85만원대. MMXPC는 99만~1백35만원선 (모니터포함) .모니터는 15인치가 22만원정도로 신제품의 절반이하다.

PC 한 대 팔때마다 10~25만원 정도 남았다.

약 10~25%의 마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두 달간은 고전. "우선 홍보가 잘 안된데다가 처음하는 사업이라 '고객 서비스' 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앉아서 찾아오는 손님만 기다리다보니 매출이 오를리 없었죠"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벼룩시장과 일간지에 광고를 내는등 홍보를 활발히 벌이자 손님들이 늘기 시작했다.

하루에 20~30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많게는 7대이상 팔려나갔다.

초보자보다는 PC를 어느 정도 다룰줄 아는 사람이 많이 찾아왔다.

특히 샐러리맨들의 발길이 잦았다.

사무실에서 회사 PC를 쓰는 사람들이 개인용으로 갖추기위해 찾는 경우가 많았다.

중고PC 구입도 본사에만 의지하지 않고 용산전자상가나 개인들로부터 직접 사들였다.

워낙 PC를 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물건을 가져다 놓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7월부터 매출이 크게 올라 5백만원대 안팎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조립제품에 대해서는 성심성의껏 애프터서비스를 해줬습니다.

이러다보니 손님이 다른 손님을 소개해주는등 소문이 퍼져 이제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고PC를 판다고 모두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홍보와 세심한 사후관리가 그의 재테크 노하우인 셈이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