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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자원봉사대축제]성지高학생들 " 학교폭력 우리가 막을래요"…모의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얻어맞을 때 주위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던가요?" (재판장) "요즘 불량학생들을 누가 말리겠어요? 모두들 구경만 하더라고요. " (증인1) 11일 오전11시 서울강서구화곡동 성지고등학교 1층 강당. 학생들이 변호사.검사.증인등으로 나와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 폭력을 다루는 모의재판을 갖고 있다.

재판의 줄거리는 '담배빵 게임' (담뱃갑 밑부분을 뜯어 그곳에 적혀 있는 두자리 숫자와 동일한 번호를 갖고 있는 급우를 아무 이유없이 집단 구타하는 한국판 집단 괴롭힘)에 따른 학생폭력. '마구패' 일당이 '심약한' 학생을 마구 때려 붙잡힌다는 내용이다.

성지고는 일반고에서 퇴학당했거나 스스로 자퇴한 학생들이 다시 모여 학업을 계속하는 특수시설 학교. 대부분 학교폭력의 실제 가해자였거나 피해자였던 이 학교 4백여 학생들이 중앙일보 자원봉사 대축제에 참가, 학부모.지역 기관장들을 초청해 '자기 반성의 모습 보여주기' 형사 모의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장역의 김경호 (18) 군을 비롯해 변호사.검사.증인등으로 역할을 나눠 맡은 16명의 2학년 학생들은 처음엔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으나 점차 열기가 더해감에 따라 실제 재판을 무색케 할 만큼 능숙하고 진지하게 재판을 진행했다.

"우리들 얘긴데요 뭐. 대부분이 다 겪은 이야기예요. 우리중엔 재판 받아본 애들도 많고요. 다 실제 상황이었어요. 때렸느냐, 맞았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 한달동안 매일 연습했다는 金군은 "일반 학생들.선생님들, 그리고 어른들에게 학교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전혀 힘들지 않았다" 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날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그림전시회도 가졌다.

학생이 동료학생들로부터 집단폭행당하는 그림, "학교폭력을 추방합시다" 등의 구호를 적은 만화.포스터.고무판화등 12점을 패널로 제작, 학교앞에 전시했다.

다시는 자신들과 같은 청소년들이 나오지 않도록 바라는 뜻에서다.

학생들은 15일부터 중.고생들이 많이 다니는 광화문역.화곡역.강남역등 다섯곳의 지하철역에서 이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 중앙일보 자원봉사 대축제에 공동개최자로 참가한 사회교육시설학교연합회의 김한태 회장 (성지중.고교장) 은 "학교폭력.범죄예방을 특별주제로 선정한 올 대축제에 전국 15개 시설학교들이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참가하고 있다" 며 "학교폭력은 누구보다 우리 학생들이 가장 잘안다는 생각에서 시설학교 대부분이 참여토록 결정했다" 고 말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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