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대중 총재 비자금 폭로 재계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기업인들에 대해 개천절 특별사면까지 하면서 '경제살리기' 를 외칠 때는 언제고 다시 '경제죽이기' 에 나선 이유를 모르겠다. "

"정치권이 경제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부담만 주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 경영엔 안정이 최우선인데 이렇게 외풍이 자꾸 불면 어떻게 기업을 꾸려나가느냐. "

여야간의 비자금 공방이 정가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재계의 우려와 반발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제2의 비자금 사건' 으로 확산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기업활동도 크게 위축되는등 2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미 주가.환율.금리불안등 기업활동의 혈맥인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재계 전체의 대외이미지가 다시 한번 손상돼 해외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또 정기국회 활동이 비자금 공방의 뒷전으로 밀리면 민생.경제관련 각종 법규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는 기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재계는 여야간 대선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 로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는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정치권이 소모적인 폭로전을 자제하고 정책대결로 경쟁수준을 높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사태추이를 보아 회장단 회의를 열어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치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 사례" 라며 "지난번 비자금 사건으로 실추됐던 기업 이미지가 또 다시 훼손되는 전철을 밟지않을까 염려된다" 고 말했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인의 정치자금 제공문제는 검찰이 조용히 수사해야지 소리를 내면서 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며 "지금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전혀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정치.경제가 물려 나쁜 쪽으로만 증폭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말했다.

중소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여당이 90년대 초반의 일을 지금 꺼낸 것은 경제를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의사로까지 풀이된다" 며 "금융권 경색등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경우 중소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 이라고 걱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황인학 (黃仁鶴) 연구위원은 "문제는 경제가 탈진해 있는 상태에서 사건이 확산되면 그 후유증을 우리 경제와 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점" 이라고 지적했다.

민병관·이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