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도약하려면 <下> 미국 차 딜러 이용한 판매망 강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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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금 미국 시장에선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현대차가 도요타보다 유리하다. 이를 판매로 연결시키려면 판매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도요타가 생산방식이나 품질·재무 분야에서 잘해 세계 1등이 됐다고 말하지만 실제 도요타를 키운 것은 강한 판매력이다.

일본에서 마케팅과 딜러 관리에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도 일본식 판매기법을 도입해 효과적인 판매 증가를 이뤄냈다. 상대적으로 현대차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한국은 직영점을 통한 판매가 주류다. 대리점도 일부 있지만 신차 판매만 주로 한다. 재고관리(부품 포함), 서비스, 중고차 매매, 소매금융 등을 모두 하는 미국형 딜러를 한국에서 다뤄본 경험이 없다. 따라서 미국 딜러망 구축 및 관리에 노하우가 없다.

일본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업체마다 서로 이기기 위해 딜러 관리나 마케팅 기법 개발에 노력했다. 판매력은 날로 향상돼 지식과 경험이 쌓였다. 미국에서도 도요타는 전국 딜러에게 24시간 영업을 시킨다. 판매를 24시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응대를 24시간 한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1986년 미국에서 연간 100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2000년 이후에는 도요타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냈다. 이런 연구와 인내의 결과였다. 최근 도요타가 58년 만에 적자를 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아직도 미국은 이익을 낸다. 문제는 잘해온 도요타의 강점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미국 인재 발굴해야=도요타는 본사 주재원에게 의존하기보다 미국의 우수한 인재를 키워 맡겼다. 도요타만의 독자적인 기업문화를 미국에 잘 이식시킨 이유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미국인 경영자의 교체가 상당히 잦다. 한·미 문화 차이가 극복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미국 딜러는 기본적으로 지역 독점을 바탕으로 한 프랜차이즈제를 택하고 있다. 전국 1000개의 딜러가 있다면 1000개의 개별 회사를 관리하는 것으로, 대단한 일이다.

70∼80년대 미국 도요타는 손해를 보지 않는 판매 확대 정책을 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큰 폭으로 할인했지만 딜러의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는 게 당시 원칙이었다. 최근 JD파워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의 초기 품질조사가 상위에 올라가는 등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판매 만족도 지수는 여전히 중하위권이다. 이는 딜러 수준(판매·자금력 등)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우선 미국 업계에서 지명도가 높고 카리스마를 갖춘 유능한 미국인을 채용해야 한다. 미국인 경영자를 장기간 고용하면서 한국 본사의 기업문화와 방침·영업전략 등을 충분히 익히게 해야 한다. 또 미국 본사의 판매조직을 강화해 각 레벨의 우수한 미국인 간부를 배치해야 한다.

◆제네시스 성공 이어가야=지난해 8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걸음’이라는 제목으로 제네시스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제 제네시스는 렉서스GS에 필적하는 고급차로 불린다. 더구나 올 초에는 ‘미국 올해의 차’에도 뽑혔다.

이런 이미지를 이제부터 소중히 키워나가야 한다.

정리〓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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