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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 한 젓가락 … 땅에서 캔 보약 한 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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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1. 봄에 가장 필요한 영양소는?

비타민 B1이라고 답하는 영양학자가 많다. 봄볕에 지친 사람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이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이 분해돼 에너지로 바뀔 때 보조효소 역할을 한다. B1이 부족하면 탄수화물이 분해되지 않고 젖산 등 피로물질로 남게 돼 피로해지기 쉽다. B1은 정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별명이 ‘정신 건강 비타민’이다.


문제 2. 춘곤증 해소에 가장 유익한 영양소는?

역시 비타민 B1이다.

문제 3. 비타민 B1이 풍부한 봄철 식품은?

봄나물이다. 특히 냉이의 비타민 B1 함량은 봄나물 중 최고다.

문제 4. 봄에 입맛을 되살리는 데 효과 만점인 식품은?

역시 봄나물이다. 매콤 쌉싸름한 맛과 향이 식욕을 높여준다. 달래와 쑥은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봄나물은 채취 시기에 따라 ‘전삼국’과 ‘후삼국’으로 나눌 수 있다.

‘전삼국’ 3총사는 요즘 같이 이른 봄에 나오는 달래·냉이·씀바귀다. 이어서 더덕·두릅·쑥 등 ‘후삼국’의 주역이 봄무대의 끝자락을 장식한다.

마늘 닮은 달래=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달래의 매콤한 맛은 마늘·양파에도 들어 있는 알리신 맛이며, 이것이 비타민 B1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이 된다”고 말했다. 이 물질이 스태미나를 높인다는 것.


달래=산산(山蒜)이다. 산에서 나는 마늘이란 뜻이다. 마늘과 영양·효능이 비슷하다. 달래는 마늘처럼 스님에겐 금욕의 채소(오신채의 일종)지만 같은 이유로 속세의 사람에겐 더없이 훌륭한 스태미나 식품이다. 특히 온몸이 나른하고 입맛이 떨어지는 봄에 먹으면 입맛이 되살아난다.

비타민 C도 풍부하다. 이 비타민은 열을 가하면 쉽게 파괴된다. 가능한 한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식초와 곁들이면 비타민 C가 자연 파괴되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영양상 특징은 봄나물 중 칼슘 함량이 최고라는 사실. 같은 무게의 우유에 비해 칼슘이 1.5배나 들어 있다.

춘곤증 치료제 냉이=조물주는 봄에 병(춘곤증) 주고 약(냉이) 줬다. 냉이를 자연의 춘곤증 치료제로 치는 것은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 B1과 C가 봄나물 가운데 가장 풍부해서다. 단백질도 채소치고는 제법 많다. 단백질 함량이 두부의 절반 정도다.

오산대 식품조리학과 배영희 교수는 “우수·경칩 지나 봄에 나오는 첫 나물이 냉이와 달래”라며, “우리 선조는 겨우내 김치 하나만 먹다가 냉이·달래를 통해 부족해진 단백질을 보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나오는 냉이·달래는 대부분 온실에서 재배한 것이다. 들에서 직접 캔 봄나물은 흙을 잘 털어낸 뒤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서 먹어야 한다. 서식 환경이 청결하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냉이는 독특한 향이 살아나도록 날콩가루·초고추장·들깨 양념에 무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는다. 냉잇국은 쌀뜨물에 끓이면 더 구수하다.

입에 침이 돌게 하는 씀바귀=언뜻 보기엔 고들빼기와 닮았다. 고들빼기는 통통하고 짧은 덩이뿌리를 갖고 있어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다. 씀바귀는 뿌리가 길어 주로 잎을 나물로 먹는다. 과거를 앞둔 서생이나 부모의 머리맡에서 간병하는 효자가 즐겨 먹은 것이 씀바귀 즙이다. 잠을 쫓는 효과가 있어서다.

BH영양연구소 홍주영 소장은 “씀바귀는 이름처럼 맛이 쌉싸름하며, 이 쓴맛이 봄에 잃기 쉬운 입맛을 되살려준다”며 “쓴나물·고채(苦菜)·쓴귀물이라고도 불린다”고 말했다.

“씀바귀를 잘 먹는 어린이는 식욕 부진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입에 침이 돌게 하는’ 쓴맛의 개위(開胃) 효과다. 또 춘곤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씀바귀를 권한다. ‘몸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쓴맛의 효과를 높이 사서다. 우리 선조들이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여겼다. 이는 쓴맛의 사화(瀉火·허와 열을 내려준다) 효과다.

간 손상을 막아주는 쑥=쑥 철은 봄나물 중 가장 늦은 5월이다. 영양적으론 칼슘·철분·비타민A·비타민C·식이섬유 함량이 높다. 특히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식이섬유 함량은 배추·상추보다 높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쑥은 간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 조상은 봄에 반주를 즐기면서 쑥떡·쑥국을 함께 드셨다”고 소개했다.

간을 일부러 망가뜨린 실험동물에게 쑥 추출물을 투여했더니 간 손상이 줄어들었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쑥에 든 항산화 성분이 간을 보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향이 강한 쑥은 자극적인 음식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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