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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포커스] ‘똑똑한 방사선’ 덕에 폐암 생존율 높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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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이 암환자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요즘 방사선 치료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똑똑하다’는 것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확하게 암덩어리를 공략하는 것이 마치 요격 미사일을 쏘는 것 같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방사선종양학과 최찬혁(사진)교수가 서울대 의대 ‘박찬일 교수 정년퇴임 축하 심포지엄’ 참석차 10일 방한했다. 최 교수는 방사선을 이용한 폐암치료·연구 분야에선 미국 내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는 인물이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 중 50∼60%는 재발을 합니다. 만일 암세포가 완전히 괴멸됐는지 미리 알면 추가로 방사선을 쪼여 재발을 막을 수 있겠지요.” 그의 이런 아이디어는 미국립보건원(NIH)의 높은 평가를 받아 임상의사로는 드물게 6년째 연구비를 받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PET-CT(양전자방출 단층촬영)입니다. 암세포가 좋아하는 먹이(글루코오스)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체내에 주입해 여기서 나오는 방사선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당을 먹는 암세포는 살아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죽은 것으로 평가한다. 원리는 간단했지만 그는 1995년 이 연구를 시작해 2002년 비로소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폐암 치료 성적이 계속 좋아질 것으로 낙관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방사선 장비 덕이다. ‘호흡 동조’ 치료가 대표적인 사례다.

“숨을 쉴 때 폐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센서가 감지해 암을 쫓아가며 방사선을 쪼입니다. 정확하게 암덩어리만을 공략하니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율을 높일 수 있어요.” 6년여 전 최 교수가 재직하는 MGH병원을 비롯해 슬로안 캐터링, MD앤더슨 등 3개 병원이 시작해 지금은 미국 대학병원에선 보편화됐다. 4차원 영상을 얻어 좀 더 정밀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

“3기 폐암의 경우 80년대엔 생존율이 10%에 불과했죠. 이후 90년대 중반엔 15%, 지금은 20∼25%에 이릅니다.” 3기 폐암은 임파절까지 전이된 것을 말한다. 3기 환자에겐 수술과 방사선, 그리고 항암제 치료가 병행된다. 이렇게 암치료의 다양한 ‘무기’들이 발전하면서 종합 성적이 좋아졌지만 방사선 장비들의 기여는 대단하다는 것.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미국에선 방사선종양학과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단다.

“올해 7명을 뽑는 전공의 시험에 300여 명이 왔습니다. 각 대학에서 적어도 5∼10등 이내의 성적에 들어가야 지원할 수 있어요.”

그는 방사선 암치료가 새로운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점쳤다. 수술을 권하는 1,2기 폐암에도 수술 대신 방사선 치료를 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중국과 일본에서 같은 1,2기 폐암 환자군에게 방사선 치료를 시도하고 수술 성적과 비교했습니다. 치료 성적이 비슷하게 나왔어요. 따라서 최근엔 수술을 두려워하거나 나이가 많은 폐암 환자에겐 칼을 대지 않고 방사선으로 치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 교수는 63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도미해 병리학과 방사선종양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71년부터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이곳 석좌교수 및 MGH병원 흉부종양분과장을 맡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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