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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다리?…사시사철 맛과 영양 그대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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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호 23면

“봄 도다리, 가을 전어.”
생선을 잘 모르는 사람도 구구단처럼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이다. 도다리는 봄에, 전어는 가을에 맛이 절정이라는 뜻일 게다. 4∼6월에 도다리가 많이 잡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생선이 가장 맛있는 시기(제철)는 수확량이 아니라 살에 붙은 지방 함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도다리는 겨울에 알을 낳으므로 봄은 산란 후 맛이 떨어질 때다. 일본인이 가을을 도다리의 제철로 치는 것은 이런 이유다(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 사실 도다리 같은 흰 살 생선은 지방 함량이 계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도다리는 가자미·돌가자미 등과 함께 가자미과에 속하는 흰살 생선이다. 수심 100m 이하의 얕은 모래펄에서 사는데, 살이 두껍고 가자미류 중에서 맛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넙칫과인 넙치(광어)와 생김새가 아주 흡사하다. 식별법은 있다. ‘좌광우도’라는 공식만 외우면 된다. 복부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고 봤을 때 눈이 왼쪽에 몰려 있으면 넙치(좌광),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우도)다. 또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면 넙치,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면 도다리다.

‘귀하신 몸’인 도다리와 값싼 중국산 돌가자미의 구분법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돌가자미는 양쪽 날개 지느러미 부위에 돌 같은 각질판이 있다. 또 도다리는 표피가 거친 데 반해 돌가자미는 미끈하다.

도다리는 100% 자연산이다. 횟감으로 팔리는 넙치의 60% 이상이 양식인 것과 크게 다른 점이다. 양식 도다리가 없는 것은 기술상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 때문이다. 넙치는 1년간 양식하면 길이가 23∼25㎝, 2년이면 35㎝에 달한다. 반면 도다리는 1년에 10∼12㎝, 2년에 16∼18㎝ 자라는 등 성장 속도가 느리다. 고가의 사료 값을 감안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

영양적으로 보면 여느 흰 살 생선과 마찬가지로 고단백·저지방 식품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은 19.7∼20.4g, 지방 함량은 1.1∼1.4g이다. 지방이 적은 만큼 맛은 담백하다. 비린 맛도 거의 없다. 쑥갓 등 향채와 함께 먹으면 비린 맛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타우린(아미노산의 일종, 시력을 개선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 유용), 비타민 A(시력 보호와 면역력을 높이는 데 기여), 칼륨(혈압 조절)이 풍부하다는 것이 영양상 장점이다. 소화도 잘돼 노인이나 환자의 영양식으로 추천된다.

대개 회나 뼈째 썰기(세꼬시)를 해서 먹는다. 봄이 되면 횟집마다 ‘봄 도다리 입하’라는 팻말이 내걸린다. 그러나 횟집이 다 진짜 도다리를 취급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연근해에서 도다리가 많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산 도다리의 수입량도 얼마 되지 않는다. 국내 도다리 수요량의 부족분은 양식 중에 자연 도태되는(잘 자라지 않아서) 새끼 넙치나 중국산 돌가자미가 채우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양식된 돌가자미가 대량으로 우리나라에 반입되고 있다. 사실 세꼬시로 내놓으면 구분하기가 힘들다. 돌가자미를 메뉴판에 ‘도다리 세꼬시’라고 표기하면 불법이지만 그냥 ‘세꼬시’라고 쓰면 법적 책임도 묻기 어렵다.

도다리는 쑥국이나 미역국으로 먹기도 한다. 쑥과 도다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 서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주며 담백한 도다리와 향이 강한 쑥이 잘 어울린다. 도다리 미역국은 산후 조리 중인 산모에게 제공했다. 도다리 대신 넙치·가자미를 써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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