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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성폭력’ 조직적 은폐 … 전직 전교조 위원장도 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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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과 전교조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민주노총의 조직적 은폐에는 피해자 A씨가 소속된 전교조의 전직 위원장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가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건 발생 사실을 알면서도 공론화를 통한 사건 해결을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속해 있는 전교조 정진화 전 위원장이 사건 은폐에 책임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위는 “피해자 소속 연맹(전교조를 지칭) 정모씨 역시 조직의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성폭력 사건의 정치적 파장과 조직적 타격을 언급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이 내부에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뒤 자체 구성했던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별위는 “진상조사위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사건으로 축소 접근해 성폭력 사건 은폐 조장 행위를 외면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지적했다. 성폭력 가해자인 김모씨에 대해서는 “여러 정황과 폐쇄회로 TV 등 실증자료로 확인한 결과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모멸감을 주는 형식적 사과와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피해자를 더 큰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 이석행 전 위원장의 도피 과정에 대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전교조 간부들이 피해자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특별위는 “이 전 위원장의 은닉 수사와 관련해 피해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일방적 진술을 강요하고 압박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별위는 성폭력 사건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에 가담한 가해자 김모씨와 전교조 정 전 위원장, 송모씨 등 5명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또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피해자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배상과 공식적인 사과를 할 것을 권고했다.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 출판 보고회가 뉴라이트전국연합 주최로 1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원건 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中이 노동운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특위는 “일방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의 조직 보위 논리는 개인의 삶과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깊은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위는 그러나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을 무분별하게 언론에 유포했다는 주장과 관련, “진상 조사 결과 뚜렷한 혐의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어떤 이유에서든 사건의 올바른 해결이 지체되고 성폭력 문제가 가십거리로 떠도는 구조가 혁신되지 않을 경우 이런 사태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특위는 덧붙였다.

특위는 성폭력 재발을 막기 위해 ▶성평등 미래위원회(가칭) 설치 ▶성폭력 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방안 마련 ▶성차별적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실천 방안 마련 ▶성폭력 사건 조사의 신뢰성·독립성·전문성 제고 방안 마련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한편 민주노총 간부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당시 민주노총 이 위원장의 도피를 도왔던 전교조 소속 여교사 A씨의 집에서 A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장정훈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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