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MMF로 돈 쏠림 현상 막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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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산운용사 사장들이 초단기 자금이 모이는 머니마켓펀드(MMF)에 은행 등 법인 자금이 대규모로 들어오는 것을 억제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는 대신 MMF에 거액을 예치하면서 돈이 돌지 않는 데다 과도한 자금 쏠림이 MMF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삼성·KB·산은·하나UBS·기은SG 등 15개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금융투자협회에서 긴급 회의를 하고 “MMF로의 신규 자금 유입을 억제해 향후 3개월간 법인용 MMF 수탁고를 15% 감축, 50조원 미만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현재 57조9000억원 규모의 법인용 MMF를 ▶3월 말 55조1000억원 ▶4월 말 52조2000억원 ▶5월 말 50조원 미만으로 점차 줄여 나갈 계획이다.

이날 결정에는 지나친 자금 쏠림이 자칫 금융 불안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시장과 정부의 우려가 작용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MMF로 몰려든 자금이 시중 금리가 반등할 경우 일시에 빠져나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만약 한 회사라도 환매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푼 자금이 기업이나 가계로 가지 않고 MMF로 몰리는 현상에 제동을 거는 의미도 있다. MMF 자금은 주로 만기가 짧은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투자된다. 이를 만기가 긴 국고채와 회사채 시장으로도 흐르게 하자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김유석 집합시장팀장은 “정책 자금으로 은행에 풀린 돈이 MMF로 들어오고, 이를 마땅히 운용할 수단이 없으니 그 돈이 다시 은행의 예금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악순환을 방치할 경우 MMF 기능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금융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하면서 MMF 수탁액은 연초 90조원을 넘어선 뒤 6일 기준으로 126조5000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법인 이외에도 개인들이 MMF에 38조9000억원, 연기금이 29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금투협은 “개인들이 맡긴 MMF는 법인만큼 급증하지 않았고 연기금의 MMF는 정부 자금이 주로 들어가 있어 이번 논의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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