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레이저가 맡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꿈의 광선인 레이저가 국내에서 암치료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중대의대 필동병원 암진료팀 (문우철.임현묵.심형진) 은 지난 7월부터 최근까지 3명의 말기 간암환자와 복강암및 유방암환자 각 1명에게 레이저치료를 시도, 수술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레이저 수술은 조직에 흡수되는 빛의 성질을 이용, 종양을 절단.응고.기화시키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 암치료에 광범위하게 이용되지 못했던 것은 종양이 체내에 깊숙히 위치하고 있어 빛의 전달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文교수는 영국의 제작사에 주사침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끝이 가는 광섬유의 개발을 요구했고 이번에 시제품이 나와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에 활용하게 됐다.

文교수의 또다른 아이디어는 에너지원에서 나온 한가닥의 레이저광선을 4가닥으로 분리하는 장치. 이 장치의 개발로 암덩어리에 4개의 레이저 주사침을 동시에 꽂아 암괴사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레이저 암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절개하지 않고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 따라서 암부위가 광범위하거나 고령자 등 수술과 같은 종래의 방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이 대상이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文모씨 (45) 는 간 전체에 간경화가 심해 절제수술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고, 유방암 환자는 유방절제후 재발한 경우였다.

수술은 먼저 국소마취후 초음파로 종양부위를 확인한 뒤 주사침을 꽂는다.

다음 주사침 안으로 광섬유를 집어넣어 광섬유의 가는 끝이 주사침 밖으로 2㎜ 정도 나오게 한뒤 레이저를 쪼인다.

조사 (照射) 시간은 5분. 종양 괴사 범위는 직경 5㎝ 정도. 그러나 이렇게 간편한 레이저 암치료에도 한계는 있다.

암괴사 부위가 국소적이기 때문에 전이암에 대해서는 완치를 기대하기가 무리라는 것. 또 암 병소를 정확하게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식별이 불가능한 미세암에는 시도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文교수는 "레이저 암치료는 무절개.무출혈.무통.외래 시술 등 장점이 많지만 치료에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수술이나 색전술.유전자요법 등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점차 치료의 폭을 넓혀 갈 것" 이라고 전망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