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르몬이 성격을 좌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남녀평등과 공존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성적 (性的) 매력은 엄연히 구별된다. 즉 여성은 여성다워야 아름답고 남성은 남성다워야 멋있는데 이처럼 타고난 성적매력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성 (性) 호르몬이다.

문제는 타고난 성 (性)에 걸맞는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 싸이코쏘마틱 메디신 최신호 (미국) 는 폭력적 범죄를 저지르고 공격성이 강한 여죄수들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다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이는 성 (性) 호르몬의 부조화가 개인의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 미국 아틀랜타주 조지아주립대 심리학교수인 제임스 댑스박사팀은 심각한 중죄를 지은 17~60세 사이의 여성 87명을 대상으로 테스토스테론치를 측정한 결과 이들이 일반여성들에 비해 수치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래동안 수감생활을 한 대부분의 여죄수들은 나이가 들면서 이 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공격적 행동이 줄고 부드러운 성격을 보였다.

반면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공격적.폭력적 행동을 보이는 여죄수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계속 높았다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분의 1 정도. 그러나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 정상인의 2배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는 여성도 있다.

댑스교수는 "이 호르몬의 체내 분비가 많아지면 공격적 성향을 보일 뿐 아니라 공격적 행동이 계속되면 이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다" 며 "체내에 분비된 호르몬량과 성격.행동이 상호 영향을 준다" 고 설명한다.

남성호르몬 뿐 아니라 여성호르몬도 분비가 제대로 안되면 성격이상을 초래한다. 여성호르몬이 안나오는 폐경기 여성은 우울증.불면증에 시달리고 호르몬 변화가 오는 생리전엔 도벽.자살충동을 느끼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는 여성도 있다.

성호르몬 이외의 호르몬도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는 마찬가지. 갑상선 호르몬은 과다 분비되면 불안.초조.신경질등이 느는 반면 부족하면 주의력결핍을 비롯 모든 반응이 둔해져 심지어 나이든 사람은 치매에 걸린 것으로 의심받을 정도.

젖먹이가 어머니에게 평화로운 마음을 심어주는 것은 유즙분비를 촉진시키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 덕분이다.

인간의 성격.행동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