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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신바람]"농산물 경영마인드 길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얼마전 충북 감곡복숭아조합 농민들이 돈을 모아 TV광고를 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농산물 마케팅이 소비자위주의 본격적인 활동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한 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 농산물 생산자들이 국내에서 벌이는 마케팅활동에 비하면 아직 국내 농산물의 마켓팅·광고 활동은 극히 초보단계이다.

당장 주위를 둘러 보자. 주부들은 백설기 떡에 콩대신 건포도를 넣고, 생선요리에는 레먼즙을 짜넣고 있다.

국산 과일보다는 거리에서 키위를 반으로 잘라 스푼으로 떠먹는 것을 선호하는 청소년, 술 안주로 파스타치오나 각종 너트류가 나와야 그럴싸하다고 여기는 중년남성들…. 이래저래 국내 소비자들은 외국 농산물에 익숙해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외제선호' 로 치부할 성질의 것들이 아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외국 농민단체등은 국내에 지사등을 설치하고 철저히 국내시장과 소비자들의 성격을 연구, 그에 맞는 판촉·마케팅활동을 벌여왔다.

올해초 백화점 시식회 행사를 통해 호두전병과 호두강정등의 음식을 보급시키는데 성공한 캘리포니아 호두협회가 좋은 예다.

이들은 한국뿐 아니라 이미 프랑스에서 호두를 넣은 소시지와 요구르트, 대만에서 호두를 넣은 튀김요리와 월병, 중동지역에서 호두설탕과자등 각국에 맞는 음식을 개발해 냈을 정도다.

뉴질랜드 양록협회는 지난달 세계 최대시장인 한국의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녹용의 효과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 오히려 그들이 그동안 축적한 동양의학 지식을 전수해주기까지 했다.

이밖에도 프랑스·독일·남아프리카공화국·칠레등의 포도 농민단체들은 자국 대사관과 긴밀한 협조아래 올해 국내에서 무려 20여회의 포도주 시음회와 효능발표회등을 열었다.

펩시맨처럼 '김치맨' 과 같은 캐릭터는 생각하기 보다는 일본이 '기무치' 라는 이름으로 세계시장을 가로챈다고 분노만 하고, 외국인들도 감탄할만한 사과나 배는 외국에 내다 팔 생각 대신 국내시장에서 '가격장난' 만 하려는 상인들때문에 세계 수준의 국산 농작물등이 창고에서 썩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농산물에도 기업 못지않은 경영마인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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