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교, 서울대 교장추천입학제 선발기준싸고 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두드러진 봉사경력이나 수상실적이 있는 학생이 그리 흔합니까. 결국 성적으로 추천할 수밖에 없는데 학부모들이 받아들일지 걱정입니다.

" 서울 예일여고 송덕호(宋德鎬.57) 교감은 6일부터 원서교부가 시작되는 서울대 학교장 추천입학 후보자 선정을 앞두고 고민이 크다고 했다.

학력위주의 입시제도를 보완하고 전인적 자질을 갖춘 학생을 선발한다는 서울대의 취지와는 달리 봉사활동 경력이나 뚜렷한 수상경력이 있는 학생이 드문데다 성적이 다소 처지더라도 인성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추천했을 경우 학부모들의 반발을 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에는 9월초부터 "서울 강남의 S.J고에선 학교재단 관계자나 육성회장이 자기 자녀를 추천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 는 내용의 제보와 투서가 잇따르고 있다.

宋교감은 "성적이외의 기준으로 추천한 학생이 떨어질 경우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취지엔 어긋날지 몰라도 잡음의 소지를 없애려면 결국 인문·자연계별로 1등을 선발할 수밖에 없을 것같다" 고 털어놓았다.

서울 숭실고와 인천고·진주 명신고등에서도 교장·교감·3학년 담임과 진학지도 주임등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담임·교무회의등을 통해 대상학생을 선발키로 했지만 뚜렷한 추천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기는 마찬가지.

남녀공학인 서울 K고는 학교당 2명인 추천대상자를 성적만으로 선발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문이과 1등이 모두 남학생이어서 여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

성적만으로 추천한다는 방침을 정한 고교도 구체적인 평가방식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대학에 제출되는 공식 자료인 종합생활기록부에는 과목별 석차만이 기록되므로 각 고교가 '1등 학생' 을 가리기 위해 별도의 성적산출기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 서울 동대부고는 과목별 점수의 단순합계가 가장 높은 학생을 추천할 계획인 반면 영동고와 영파여고등은 수 우 미 양 가로 환산한 과목별 점수에 가중치를 곱해 성적우수자를 가려 추천키로 했다.

또 충북 청주고의 경우 내신·모의고사 성적을 함께 고려해 전교 1, 2등을 추천할 방침이지만 내신과 모의고사 석차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논란이 일 것으로 보고 고심하고 있다.

제주 오현고 김순일 (金順一) 교무주임은 "올해부터 과목별 석차만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순이라 하더라도 전과목 1, 2등을 가리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

산출방식에 따라 석차가 뒤바뀔 수도 있어 영향력을 가진 학부모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 고 지적했다.

추천입학을 둘러싼 이같은 혼선은 서울대가 구체적인 전형절차와 배점등을 아직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더욱 가중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달 25일 추천입학 최종 요강을 발표했으나 서류전형과 지필.구술고사등 전형단계별 배점등 세부요강은 원서배부가 시작되는 6일 이후 일선고교에 통보될 예정이다.

사회부·전국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