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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전학자 “공자 후손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자상

“진짜 공자 후예는 공(孔)씨 성이 아니다”
중국의 유전학박사 옌자신(嚴家新)이 공자 후예론의 허구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공자의 80대손 이후의 후예가 이어 받은 공자 유전자는 1억억억분의 1로 중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지닌 공자 유전자 비율 1천만분의 1보다 더 적다”며 혈통론에 입각한 중국사회의 뿌리깊은 ‘성씨문화’를 비판했다. ‘환구과학(環球科學)’ 3월호에 실린 그의 글을 중국 각 신문들이 보도하자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다음은 옌자신의 발표문 요지.

성씨연구는 사회학과 유전학의 각도로 진행된다고 나눠볼 수 있다. 하지만 성씨가 내포하는 의미에 대한 두 학계간의 견해차이는 매우 크다. 최근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공자후예론’을 유전학적 입장으로 해석하면 세상에 공자후예는 아예 존재 조차하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해 기본 유전학적 원리분석에 의해 현재 공자 후예로 인정받은 이들이 공자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공 씨 성이 아닌 다른 성 씨의 사람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진짜 공자 후예들은 공 씨 성이 아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학자들이 보기에는 얼토당토 않는 이론이 유전학계에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든 개인의 조상은 위로 거슬러 올라 갈수록 그 수가 기하학적으로 증가한다. 2명의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모두 4명, 증조 부모와 외조부모를 합해 8명이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거슬러 가 보면 10대 위의 조상 숫자는 약 1000명(210=1024), 20대 선조는(약 600년 전후) 약 100만 명(220≈106)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론상 한 후손에게는 이 100만 명의 조상으로부터 각 100만분의 1의 유전인자를 이어받을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 50~100대로 거슬러 가본다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올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런 방대한 성씨 혈통을 이어받고 있다. 각 가정의 족보를 일일이 따져보면 주요 성씨가 누군지 모두 찾을 수 있으며 부모 양 집안을 따져 보면 역사상 저명한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성씨는 그리 많지 않다. 자주 보는 100여 개의 성 씨는 약 90% 한족 인구가 차지한다. 동성간의 혼인은 물론 혈연간의 결혼도 피치 못하게 자주 발생한다. ‘공자 후예”가 이어받은 공자의 혈통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인체의 각 세포는 46개(23쌍)의 염색체를 가지며 이 염색체가 유전학적 ‘정보(인자)’의 주요 활성체라는 것은 이미 현대 유전학적으로 증명된 명백한 사실이다. 모든 사람은 부모 각각으로부터 유전자(23개 염색체)를 이어 받는다.
반대로 모 조상을 기점으로 선후대간의 유전적 숫자관계를 알 수 있다. 유전자는 한 대 바뀔 때 마다 감소과정을 거친다. 그러므로 특정한 조상의 유전인자를 이어받을 수 있는 가능성 역시 감소된다. 만일 공자의 유전인자(공자유전자) 모두가 특수한 유전자이고(각 유전자는 99.99% 모두 같음) 혼인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 가정해 본다면 공자의 제6대손째 후예의 공자 유전자는 1/64(26-64)에 불과하며 그 외 63/64는 모두 다른 성씨에게서 이어받은 것이 된다. 즉 공자 6대손 후예의 46개 염색체안에 공자 유전자는 많아야 1개며 나머지 45개는 모두 다른 성씨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다시 한대씩 내려가며 따져보면 공자유전자를 한 개조차 갖지 않은 사람의 확률은 더 늘어나고 그것이 늘수록 공자후예는 공자유전자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란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따져보면 공자 제10대 후손은 약 1000분의 1(210≈1000), 제20대 후손은 100만분의1, 현재의 제80대 후손은 280≈1024=1억억억, 즉 1억억억분의1의 공자유전인자를 이어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숫자가 과연 0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비록 여성으로부터 이어받은 다른 성씨의 ‘공자후예’가 다시 공 씨 성과 결혼해 공자로부터 받은 유전자를 다시 공자 후예에게 되돌려 주는 경우도 간혹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동성혼을 전통적으로 금지해 공 씨가 아닌 배우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후대로 내려올수록 유전자가 감소될 확률은 여전히 높다.
집단유전법칙의 하나인 유전자일정법칙(집단에서의 유전자의 구성 유지 또는 변화에 관한 이론)에 의하면 커다란 개체군에서 유전자 유형의 비율은 세대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자유전자’를 특수 유전자로 분류해 생각해 보자. 공자 생존 당시 중국 전체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공자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000만 분의1이었다. 현재 중국 전 인구는 그 당시의 130배인 13억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유전자일정법칙에 의해 산출한 비율은 여전히 1000만분의1이므로 13억 중 약 130명에 해당하는 공자유전자가 존재한다 할 수 있다.
공자의 제80대손 후예가 전체인구의 평균치(1000만 분의1)에도 훨씬 못 미치는 1억억억분의 1의 공자유전자를 갖긴 하지만, 공자 유전자를 이어받은 일부분 사람의 비율은 이 평균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일부분의 사람들의 유전자는 여성에 의해 다른 성씨로부터 받은 ‘공자유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다른 성씨의 후대에는 동성혼인금지로 인한 혼인관계가 교차적으로 발생했을 것이고 바로 이러한 점들이 유전학적으로 다른 성씨를 가진 이들이 공자후예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보는 이유다.
2000여 년 전 맹자는 “군자의 덕도 5대가 지나면 그 영향이 끊어지고, 소인의 덕도 5대가 지나면 그 영향이 끊어진다.”라 말했다. 즉 선대가 후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길어야 5대에 불과하단 의미다. 위대한 조상을 둔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조상의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유전학적으로 볼 때 후대로 내려갈수록 그 유전자가 빠르게 희석(감소)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선대로부터 이어받는 유전자가 제6대손 이후로는 아예 존재 조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유전학적 시각으로 볼 때 현 사회에 짙게 자리잡은 성씨관념은 약화될 필요가 있다. 사회학계에서 소위 말하는 ‘성씨문화’에 대한 연구 역시 터무니없는 ‘혈통론’의 암시가 아닌 ‘문화’로서 계승되도록 해야 한다.

저자:옌자신(嚴家新). 중국생물기술그룹회사 우한(武漢)생물제품연구소 유전자연구소연구원, 박사지도사. 주로 바이러스 인자 생물학과 유전인자진화론 및 광견병 바이러스 신형백신과 치료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정리=선우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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