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상약국’이름 새겨진 최고 문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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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려 12세기, 높이 9.6cm, 지름 7cm, 청자, 보물 제646호.

명의로 이름난 허준(1539~1615)이 활약하던 조선의 ‘내의원’에 앞서, 고려시대에는 ‘상약국’이 있었다. ‘청자상감상약국명합(靑磁象嵌尙藥局銘盒)’을 풀이하면 ‘상약국이란 글자가 상감기법으로 새겨진 뚜껑이 있는 청자 그릇’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청자합이 보물 제646호로 지정된 건 백토(白土)로 새긴 ‘상약국(尙藥局)’이란 글자 때문이다. ‘약을 떠받들어 올리는 기관’이란 뜻의 상약국은 고려 왕실과 고위관리의 의약을 맡은 의료기관이다. 상약국은 고려 성종(成宗) 8년(989) 기록에 처음 등장한 이래 『고려사』나 『고려사절요』에 빈번히 언급된다. 환약을 담는 그릇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이 약합은 문헌 기록을 뒷받침하는 물증인 셈이다.

12세기 중반 의종(毅宗)대에 전남 강진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약합은 의료기관의 이름이 새겨진 문화재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 왕실용 청자답게 작지만 당당하다. 모서리는 완만한 곡선으로 처리해 부드럽다. 뚜껑 윗면에는 ‘운용문(雲龍紋, 여의주를 문 용이 구름에 둘러싸인 문양)’이 섬세하게 새겨져 있다.

이경희 기자

◆한독의약박물관(www.handok.com)=1964년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박물관이자 전문박물관. 『의방유취』 등 보물 6점을 비롯해 동·서양의 의약학 유물 1만5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기원전 2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약솥부터 일제시대의 은단통, 19세기 프랑스의 구급약상자 등 동·서양 의약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충북 음성군(중부고속도로 음성IC 인근) 소재. 국경일·설·추석연휴 휴관. 오전 9시~오후 4시30분. 관람료 무료. 043-530-1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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