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해법 놓고 당정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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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아사태의 해법을 놓고 정부.여당간에 손발이 안맞고 있다.

강경식 (姜慶植)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기아측의 화의 (和議) 신청을 거부하고 법정관리 불가피성을 밝혀온데 반해,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총재는 법정관리보다 화의가 바람직하다고 밝혀 당정간에 이견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李총재는 특히 4일 부산상공회의소 간담회후 기자와 만나 "화의에 의해 기아 회생의 여지가 있다면 그 방법으로 가는게 옳은 길" 이라고 말하고 "정부도 열심히 하고 있으나 불합리한 고집은 금물" 이라며 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법정관리 불가피론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이날 "여당이나 李총재가 기아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기존정책을 수정할 의사가 전혀 없다" 고 밝혔다.

이처럼 당정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은 기아사태의 처리를 전적으로 姜부총리에게 맡겨놓은 채 관망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당의원들도 지난 1일 재경원 국정감사에서 기아사태에 대해 소신발언을 피하는등 야당의원들보다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이처럼 기아사태가 혼미를 거듭하자 姜부총리는 독자적으로라도 기아사태의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오는 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재경 (在京) 금융기관장들을 모아놓고▶부실기업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다는 점▶앞으로의 부실에 대한 책임은 금융기관 스스로 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아사태를 지금처럼 질질 끌어서는 경제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게 정부의 판단이어서 기아사태를 조기 해결하는 쪽으로 금융기관장들의 결심을 촉구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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