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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지방취업 급증…서울출신 대학생들 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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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초 서울소재 S대 법학과를 졸업한 姜모 (26) 씨는 경남창원의 H중공업에 관리직 사원으로 취직했다.

모든 연고가 서울이어서 서울 소재 기업체를 희망했지만 쉽지않아 취업경쟁이 비교적 약한 지방기업에 지원한 것이다.

충남당진 H기업 사원 金모 (27) 씨도 마찬가지. 서울의 M대 전기과를 지난해 2월 졸업했으나 1년이 지나도록 취업이 안되자 당진행을 택했다.

대기업까지 쓰러지는 경제난속에 취업대란을 겪고 있는 서울지역 대졸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방기업으로 몰려가고 있다.

경북구미의 중견기업인 오리온전기의 경우 지난해에는 서울출신 신입사원 7명 가운데 4명만 지방근무를 했으나 올해엔 10명 전원이 경기수원.경북구미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남창원의 한국중공업은 올 상반기 채용사원 3백명중 50%가 서울출신 대학생들이다.

한국중공업 인사담당자는 "서울출신 지원자가 지난해 신입사원의 40%가량이었으나 올들어 급증하고 있다" 며 "하반기에는 절반을 웃돌 전망" 이라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생 李모 (27.일어4) 씨는 "전엔 지방기업에 취업하면 무능력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요즘은 취업이 비교적 쉬워 인기가 높다" 고 말했다.

경희대 이정규 (李定奎) 취업정보실 과장도 "지난해만 해도 지방이나 중소기업에 가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며 "그러나 올해는 전체 취업상담자의 30% 이상이 이를 기피하지 않고 있다" 고 전했다.

더구나 대부분 기업들이 대학순회 채용박람회등을 통해 "지방근무를 자원하면 취업이 수월하다" 고 홍보, 앞으로 서울출신의 지방취업은 더욱 늘 전망이다.

한라그룹은 채용박람회장에서 "옥포조선소등 지방근무를 자원하면 채용전형에 반영하겠다" 고 안내하고 있다.

이같은 서울출신 대학생들의 지방 역류현상에 지방대 출신들은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대의 경우 지난 9월까지 모두 89개 업체에서 6백53명의 추천장이 들어왔으나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백25개업체 9백48명에 비해 추천 인원수에서 31.1%가 줄어든 것이다.

조선대 관계자는 "올들어 3백49명의 학과별 지도교수를 취업진로 담당으로 임명하고 우수학생 17명에게는 '품질보증서' 까지 줬다" 며 "지방기업에는 우선채용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원천적으로 취업기회가 적다" 고 밝혔다.

이 대학 李모 (27.경영4) 씨는 "지방의 벤처기업에 지원하려 했으나 서울학생들이 몰려오면서 선발시험에 탈락할 것같아 불안하다" 며 "지역연고등이 고려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천창환.이재국.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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