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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달리는 무법자'…1시간에 15번 교통위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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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일 오후3시30분쯤 서울중구청계천3가 서울극장 뒤편 청계천3가 정류장. 질주하듯 달려온 542번 (현대교통.중곡동~남가좌동) 시내버스가 막 버스에 탄 승객들이 채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핸들을 갑자기 왼쪽으로 꺾으며 4차선에서 1차선을 향해 버스 앞머리를 들이민다.

순간 좌석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승객 김순덕 (金順德.67.서울서대문구남가좌동) 씨의 몸이 기우뚱하며 넘어질 뻔하다 앞자리 승객의 부축으로 겨우 자리에 앉았다.

이같은 차선 위반과 끼어들기는 이 버스를 뒤따라오던 34번 (한성여객) 시내버스와 7번 (한성버스) 시내버스도 마찬가지. 이들 버스의 갑작스런 끼어들기로 1, 2차로를 운행하던 승용차들이 잇따라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아슬아슬하게 추돌 위기를 모면하는 아찔한 장면이 벌어진다.

같은 시각 서울 도심의 종로2가 종로서적앞 정류장. 710번 (대진운수) 도시형버스.30 - 1번 (상신교통) 좌석버스등 모두 20여대의 시내버스중 절반이 문을 연채 출발하고 있다.

정류장을 떠난 버스들은 버스전용차로가 있어도 10대중 2대꼴로 일반차선을 오가며 지그재그 운행을 일삼고 있다.

시내버스의 난폭 운전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민의 발' 인 전국 8개 도시 시내버스들이 시간당 평균 15회, 즉 4분에 한번꼴로 도로교통법 위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입증해주고 있다.

녹색교통운동과 광주YMCA등 전국 8개 도시 시민단체들이 지난 8~9월 서울.부산.대구등 8개 도시의 1백27개 시내버스 노선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내버스 한대가 시간당 평균 4.8회의 차선 위반과 1.8회의 신호 위반, 8.4회의 경음기 사용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주시내버스는 버스전용차로와 일반차로를 지그재그로 오가는 차선 위반이 시간당 9.7회나 됐으며 대도시에서 전혀 울리지 못하도록 돼있는 경음기 사용이 14.5회, 교통신호 위반이 1.6회나 돼 3분에 한번꼴로 도로교통법 위반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버스비리 사건이후 서민의 발로 다시 태어날 것을 약속하며 잇따른 요금 인상을 감행해온 서울의 경우도 별 다를 것이 없다.

시간당 평균 10.4회의 신호 위반과 차선 위반, 경음기 사용등 도로교통법 위반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정류장에 서지 않고 운전기사 마음대로 무정차 통과하는 경우도 시간당 3.9회나 됐으며 갑작스런 출발이나 급제동이 평균 30분에 한번꼴로 일어나 이용 승객들이 난폭 운전과 들쭉날쭉한 배차시간 때문에 골탕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서울.울산.부산을 제외한 속초.청주.광주.천안.대구등에서는 안내방송이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맡았던 녹색교통운동의 임삼진 (林三鎭) 사무처장은 "시내버스가 법규를 무시한채 난폭운전을 마구 해도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며 "운전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비롯, 대중교통에 대한 지원과 함께 철저한 단속이 이뤄져야 한다" 고 말했다.

문경란.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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