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톱기업 마쓰시타·도요타등 한계사업 대대적 정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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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도쿄 = 이철호 특파원]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미쓰비시 (東京三菱) 은행은 지난달 1조1천억엔 (약8조원)에 달하는 불량채권을 한꺼번에 손실로 처리해 일본 금융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같은 대손처리규모는 도쿄미쓰비시가 당초 연내 처리할 예정이었던 2천7백억엔의 4배가 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대출내용이 건전한 이 은행이 불량불량채권의 규모를 공개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은 본격적인 금융개혁에 앞서 체질을 다져두자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내 각 업종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이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있다.

현실에 안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자존심을 버리고 전망이 없는부문을 과감히 떨어내고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맥주업계 부동의 1위 기린맥주도 슈퍼 드라이를 앞세운 아사히맥주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최근 발포주 (發泡酒)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기린맥주는 또 3개의 공장 폐쇄를 포함한 '뉴기린 3개년 경영혁신계획' 을 발표했다.

21세기에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 확대보다 비용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전업계 선두주자 마쓰시타전기는 가정용 게임기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 업종에서 소니.닌텐도.세가 엔터프라이즈등을 따라잡기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쓰시타전기는 "하드웨어 중심의 기업체질이 쉽게 바뀌지 않았다" 며 패배를 인정하고 "경쟁력을 지닌 TV.VTR등 가전분야에 주력하겠다" 고 말했다.

또 도요타자동차도 RV (레저용 자동차)에서 혼다자동차에 사실상의 패배를 선언하고 강점을 보여온 정통세단형 승용차에 더욱 주력키로 했다.

도요타는 RV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하고 한발 늦게 진출하는 바람에 혼다와 미쓰비시자동차에 시장의 대부분을 넘겨줘 버렸다.

이에 따른 타격으로 15년만에 처음으로 국내 시장점유율이 40%이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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