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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탈북자 대상 북한 인권 실태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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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05년부터는 인신매매한 사람들의 사형이 많았다. 그 다음은 마약이었다. 두 가지 죄목은 기본적으로 총살이다.” (40대 남성·전 노동당원·2008년 4월 탈북)

“교화소에서 몽둥이로 맞아 질식했다. 너무 맞다 보니 얼굴이 붓고 턱이 찢어지고 갈비뼈에 금이 갔다.” (40대 여성·2000년 2월 탈북)

북한에서 여전히 공개처형이 이뤄지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굶어 죽는 주민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북한 주민 인권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탈북자 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다. 인권위가 북한 주민 인권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93명)가 ‘총살 공개처형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치범 수용소 등에선 고문과 폭행이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금시설(교화소·노동단련대 등)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78%였다. 폭행 여부와는 무관하게 57%는 ‘정치범 수용소는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식량 배급 문제도 심각했다. ‘식량 배급이 규정대로 이뤄졌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다. ‘배급이 이뤄지지 않았다’(46%), ‘기일도 배급량도 지켜지지 않았다’(39%), ‘기일이 지켜졌지만 배급량이 줄었다‘(10%)는 답변 순이었다. 이 때문에 응답자 중 53%가 탈북 전 북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먹는 문제를 꼽았다. 또 굶어 죽은 사람에 대한 질문에는 58%가 ‘직접 봤다’고 말했고, ‘소문으로 들었다’(22%),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들었다’(17%) 순이었다.

북한은 표면적으로 완전한 복지국가이나 현실은 달랐다. 무상 치료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32%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운이 좋아 병원에 가도 진찰만 받을 뿐 약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 중 60%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병원에서는 진찰만 받고 약은 개인적으로 구한다”고 대답했다.

실태 조사를 맡았던 북한대학원대학교 측은 “사회통제체제의 이완으로 인한 사회적 일탈행위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과 관련된 시급한 분야에 대해 차별화된 개선 정책을 수립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가 북한 인권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토대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조만간 실태조사 보고서 전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영어로 번역해 국제사회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1월 북한의 인권 상황 검토 소위 UPR(Universal Periodic Review:보편적 정례 검토)을 할 예정이다. UPR은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4년마다 돌아가며 평가하는 것이다.

장주영·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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