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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S·제3국제전화 오늘부터 전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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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일 0시. 경기도 일산신도시에 사는 주부 김혜선 (金惠善.37) 씨는 미국 뉴욕에 출장중인 남편과의 통화를 위해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김씨가 먼저 누른 번호는 008.金씨가 이렇게 자정을 기다려 지금껏 한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는 낯선 번호를 누른 것은 이날 시작되는 온세통신 국제전화서비스의 첫 이용자가 되는 기분도 맛보자는 뜻도 있었다.

金씨는 이날 시험 삼아 0시에 국제전화를 했지만 앞으로는 정오~오후1시 사이 뉴욕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 요량이다.

온세통신은 심야 할인요금 혜택을 노려 밤잠을 안자고 기다릴 필요가 없도록 점심시간대 통화요금을 30% 저렴하게 책정, 가계 지출을 크게 줄여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이 있는 미국을 '선택국가' 로 지정하는 서비스를 이용, 요금을 최고 56%나 할인받을 계획이다.

金씨는 이런 저런 특수서비스들을 요령껏 이용하면, 金씨 본인의 오퍼상재택 (在宅) 근무등 요인으로 월 12만원 정도씩 지출되는 전화요금중 5만원은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날 자정을 기해, 金씨와 같은 전국의 주부.자영업자 등 통신 이용자들은 봇물 쏟아지듯 일제히 선보인 새로운 통신서비스의 물결을 만났다.

통화가 또렷하고 요금이 저렴한 개인휴대통신 (PCS) 3사의 서비스도 이날 일제히 시작됐으며 원하는 시외전화 회사를 골라 이용하는 시끌벅적한 사전선택제도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제 무엇보다, 각종전화의 앞 (식별) 번호가 통신 이용자가 혼란을 느낄 만큼 많아졌다.

기존의 국제전화 001.002 외에 새로 008이 생겨났고 이동전화 011.017에 이어 PCS 016.018.019 등 3주자가 등장, 8개의 식별번호가 이용자들의 '차림상' 에 올려졌다.

기존의 무선호출 012.015에다 PC통신 패킷망 번호 014까지 따지면, 이용자의 식별대상인 011~019번호대는 꽉 찼다.

통신 1백여년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통신 르네상스' 시대가 이날 펼쳐진 것이다.

정보통신부 서영길 (徐榮吉) 정보통신지원국장은 "하루밤사이 통신서비스가 2배로 늘어난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 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PCS.시티폰 등 다양해진 이동통신 서비스는 대한민국을 1천3백만 가입자 '삐삐 왕국' 에 이어 '이동통신 왕국' 의 시대를 단시일내 열 전망이다.

'대한민국은 통화중' '통신 열풍의 나라' 라는 말도 생겨나고 있을 정도다. 통신 열풍을 타고, 개인이 평소 자주 통화하는 시간대.지역 (국가).번호 등을 통신회사에 알려주면 요금을 싸게 해주는 '맞춤 통신' 서비스의 경쟁이 유선전화, 무선전화할 것 없이 불붙고 있다.

한편에서는, 통신 이용자들이 새로운 통신서비스의 물결로 쉴새 없는 '선택' 을 강요받아 피곤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시외전화 이용 회사를 선택하라는 '사전선택제' 우편물, 자주 거는 나라를 사전에 지정하라는 국제전화 '선택국가 서비스' , 'PCS냐, 이동전화냐' 의 가입선택 등 온통 선택의 물결이다.

그 앞에서 통신이용자들의 갈등이 만만치 않다.

또한 PCS 3사는 서로 엇비슷한 사업환경 속에서도 교환국.기지국 등 시설투자에 각각 6천억~8천억원의 투자비를 쏟아붓고 있어 중복투자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통신시장의 지각변동은 우리 국민과 정부가 수용을 거부할 수도 없는 시장개방의 파고를 타고 왔다.

통신요금도 백화점 물건과 같은 가격파괴가 일고, 그 덕분에 국제전화를 '마음놓고' 사용하며, 장애인들이 어렵게 공중전화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등 삶의 질이 높아진 것도 개방시대의 산물이다.

이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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