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박찬호선수 보호위해 로키스戰 등판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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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LA 다저스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4승8패, 방어율 3.38로 97년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박찬호는 29일 (한국시간) 다저스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인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박찬호를 보호해야 한다" 는 구단측의 결정에 따라 이날 전격 취소됐다.

박찬호는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로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 무산됐으나 올해 다저스의 선수중 가장 보람있는 한해를 보낸 선수로 꼽혔다.

박은 올해 다저스의 '제5 선발투수' 로 97년 정규시즌을 맞았으나 시즌이 끝난 시점에선 당당히 에이스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LA타임스.USA투데이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다저스의 올시즌을 결산하는 기사에서 "박찬호의 성장이 가장 돋보였다" 고 평하고 박찬호를 에이스라고 썼다.

박은 기록으로도 다저스의 에이스나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손색이 없었다.

32경기에 출전하고 이중 29경기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는 1백92이닝을 던져 1백49안타, 80실점 (72자책점) 으로 방어율 3.38을 기록했다.

구단측의 과보호에 의해 4월과 9월초에 선발 등판을 건너뛰었던 박찬호는 계속 던졌더라면 2백이닝 이상 다저스의 마운드를 지키며 2승 정도를 더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박은 올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제구력이 향상된 점이 돋보였다.

그는 올해 70개의 볼넷을 허용해 9이닝 평균 3.28개의 4구를 내줬다.

지난해 1백8과3분의2이닝을 던져 71개의 볼넷을 내준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박찬호의 이같은 급성장은 타고난 자질과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이 원동력이 됐다.

박찬호의 구질은 메이저리그 전 투수중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우선 시속 1백마일을 육박하는 강속구가 심하게 움직이며 날아든다.

메이저리그에서 95마일 안팎의 직구를 뿌리는 투수는 상당수 있지만 움직임과 구속을 겸비한 직구는 흔치 않다.

특히 한 경기 동안 한두번 95마일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박찬호처럼 경기내내 95마일 안팎의 직구를 던지는 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5명을 꼽기도 어렵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전문가들마저 포크볼이나 슬라이더로 착각을 일으키는 두가지 종류의 낙차 큰 커브를 구사하고 있어 빠른 직구를 더 빨라 보이게 만든다.

우려했던 체력 문제도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 8월11일 메이저리그 첫 완투승을 거둔 시카고 커브스와의 홈경기에서 박은 9회초에도 시속 97마일의 직구를 던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체력관리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급성장의 발판이 된 것이다.

그는 정규시즌 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몸관리에 철저했다.

또 감독.코치.선배들의 조언에 귀기울이며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박찬호는 이제 시작일뿐" 이란 프레드 클레어 다저스 부사장의 장담이 박찬호의 밝은 장래를 말해주는 듯하다.

LA지사 = 허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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