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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당제·삼권분립 도입 절대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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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 정부가 다당제와 삼권분립 등 서구식 민주 개혁을 공개 거부했다. 지난해 12월 지식인들이 제기한 정치 개혁 요구에 대한 공식 답변인 셈이다. 우방궈(吳邦國·당 서열 2위·사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은 9일 전인대에서 발표한 연설을 통해 “다당제는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며 정치 개혁 요구를 묵살했다.

공산당이 정권을 독점하는 ‘공산당 지도’라는 헌법 정신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방식으로 서구식 복수 정당 제도와는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중국에는 민주동맹·구삼학사(九三學社)·치공당(致公黨) 등 8개 정당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중국 공산당과 경쟁하지 않는 들러리 정당들이다.

우 위원장은 또 서구식 삼권분립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시했다. 그는 “중국의 일부양원(一府兩院:정부·법원·검찰원)은 서방의 삼권분립과 다르다”며 “중국은 전인대가 국가 권력을 통일적으로 행사하고 일부양원은 전인대가 선출하고, 전인대에 책임을 지고, 전인대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광범위한 대표성을 갖는 중국의 전인대 대표는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서방의 국회의원과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중국의 정치 개혁은 결코 서방의 방식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 못 박고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이 선택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중국의 현실에 맞는, 유일하고 정확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정치 개혁은 전인대를 비롯한 사회주의 정치 체제 자체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우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서구식 민주 개혁을 촉구해 온 지식인들의 바람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중국의 학자·변호사·작가 등 지식인 303명은 지난해 12월 10일 공산당 일당 독재를 중단하고 서구식 다당제와 삼권분립 제도를 도입해 민주·인권 개혁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08 헌장(憲章)’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인터넷 검색 등 대대적인 사상·이론 단속으로 맞섰다.

1989년 6월 천안문(天安門) 사태 당시 물러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비서 바오퉁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를 거부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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