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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문턱 낮아지니 … 뉴타운 콧대 높아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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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뉴타운 시장이 지각 변동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뉴타운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토지거래허가제가 이달부터 대폭 완화되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 완화는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 호재여서 뉴타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래 가치가 커질 곳을 선별해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느 곳이 유망하나=이달부터 뉴타운 대상지에서 주택·토지 등을 살 때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확 풀린다. 이전에는 20㎡ 이상의 땅(대지 지분 포함)을 사려면 무주택자여야 하고 3년간 거주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따라야 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허가 면적 기준이 주거지역은 180㎡ 이상, 상업지역은 200㎡ 이상으로 각각 늘어난다.

현재 서울 25곳을 포함해 전국 69곳이 뉴타운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지분 20㎡ 미만의 다세대주택이 적은 곳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뉴타운 내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대상이 20㎡ 이상의 지분으로 강화되면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이 많은 뉴타운 예정지는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 외지인의 투자가 막히면서 이전에 지분을 샀던 투자 수요는 물론 원주민까지 지분을 팔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린 것이다.

흑석뉴타운 삼양공인 송용석 사장은 “20㎡ 미만 다세대주택이 많은 곳은 그나마 거래가 꾸준히 이뤄져 지분값이 올랐지만 흑석뉴타운같이 단독주택이 많은 곳은 거래가 끊기면서 값이 내렸다”고 말했다. 흑석뉴타운 지분 가격은 평균 3.3㎡당 2000만~2500만원 선이다. 규제에 묶이지 않아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 초보다 3.3㎡당 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서울 수색·증산뉴타운과 경기 구리뉴타운도 단독주택이 많아 지분값이 떨어진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신종 지분 쪼개기(입주권 수를 늘리기 위해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것)가 활발했던 곳이나 쪼개진 지분은 인기가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토지거래허가를 피하기 위해 일부 뉴타운 예정지에서 20㎡ 미만 지분으로 쪼갠 다세대주택이 많이 지어졌고 가격도 강세였다.

용산구나 성동구에서 이런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20㎡ 이상 지분 시세가 3.3㎡당 2000만원이면 그 미만 지분은 3000만원인 식이다. 신길뉴타운 서울뉴타운공인 박미옥 실장은 “20㎡ 미만 지분의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비쌌던 20㎡ 미만 지분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세·입지 여건 잘 따져야=뉴타운 투자 기상도는 맑아졌지만 유의할 점이 많다. 무턱대고 싼 지분을 사면 나중에 추가 부담금 등으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착공을 앞두고 새 아파트 크기가 확정된 곳의 조합원 입주권이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구역의 거래도 그동안 제한돼 있었다. 이런 구역은 추가 부담금도 대체로 정해져 안정적이기 때문에 당첨이 불확실한 일반분양을 받는 것보다 낫다.

그러나 왕십리·가재울뉴타운 등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은 입주권에 웃돈이 많이 붙어 있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변 시세와 꼼꼼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재울뉴타운 내 99㎡대 새 아파트에 들어 갈 수 있는 입주권 시세는 웃돈을 합쳐 1억3000만~1억5000만원 선이다. 99㎡대 조합원분양가인 4억3300만원에서 입주권 시세를 빼면 약 3억원 정도의 추가 부담금이 예상된다. 주변 새 아파트 102㎡의 시세는 5억원 선. 2년 이상의 개발 기간과 금융 비용 등을 따지면 실익이 없는 셈이다. 실수요자라면 주변 시세와 집 상태도 잘 살펴야 한다. 뉴타운의 집들은 대부분 노후·불량 주택이 많아 사는 데 불편하다. 은행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수요자라면 이자 등 금용비용도 잘 따져봐야 한다.

함종선·권이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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