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 겨울올림픽]스키 출발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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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알파인스키 남자 활강경기의 출발점을 놓고 나가노 겨울올림픽조직위와 국제스키연맹 (FIS) 이 티격태격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경기기록과 환경보호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가에 있다.

활강경기는 3천m급 높은 산이 즐비한 북알프스산맥 줄기에 있는 하쿠바무라 (白馬村) 의 핫포오네 (八方尾根) 산 중턱에서 열린다.

조직위는 해발 1천6백80m 지점을 출발점으로 정했다.

그러나 FIS는 기록향상을 위해 더 위에서 출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직위는 이에 대해 "표고차 8백m 이상을 요구한 FIS의 활강코스 기준을 충족한다" 며 추호도 장소를 바꿀 의사가 없다는 태도. 그 윗지역은 고산생태계 보호를 위해 일본정부가 정한 '제1종 특별지역' 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FIS는 "세계 일류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인 만큼 좋은 기록을 위해 1천8백m 지점으로 상향조정해달라" 고 강권하는 중이다.

FIS는 1천8백m 부근에서도 연 6만여명의 일반스키어들이 활강을 즐기고 있지 않느냐는 반박근거도 내놓았다. 조직위는 이에 수긍하면서도 "오히려 올림픽이기 때문에 환경보호에 더 엄격해야 한다" 고 고집하고 있다.

의견차이가 해소되지 않자 FIS는 지난해 4월 "활강종목만 따로 떼어내 유럽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고 협박 (?) 까지 했다.

FIS 조사단은 지난 23일 나가노를 방문, 조직위와 타협안을 모색했으나 양측 주장이 서로 맞서 타협에 실패했다.

양측은 대신 나가노현의 자문기관인 자연보호검토회의에 중재를 요청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다음달 20일로 모임이 예정된 자연보호검토회의가 출발점 상향조정에 동의해줄 가능성은 작다.

FIS가 이에 굴복할지 주목된다.

나가노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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