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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유죄 유흥주점 퇴폐영업 대법원선 무죄 취지로 원심파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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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흥주점에서 여성 종업원이 손님에게 신체 접촉이나 노출을 했더라도 노골적인 성적 행위가 아니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는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이모(62)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경북 포항시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이씨가 기소된 것은 2005년 4월이었다. 주점에서 일하는 여성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음란 행위’를 했다는 혐의였다. 한 종업원은 상의를 벗고 속옷만 입은 채로 남자 손님이 몸을 만지게 했다. 다른 종업원은 치마를 걷어 올려 허벅지를 보여주며 손님들과 어울렸다. 검찰은 이들의 행위를 ‘음란 행위’로 봤다. 현행 법은 유흥주점 등 풍속영업을 하는 곳에서 윤락 행위 또는 음란 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알선 또는 제공하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1, 2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여종업원의 노출 부위와 정도·경위 등이 손님들의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음란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유흥주점 허가를 받은 곳에서는 여성 접대부가 손님의 유흥을 돋우게 하는 것이 허용돼 있고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되는 사정 등을 참작할 때 여종업원의 행위와 노출 정도가 형사법상 규제 대상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합법적인 풍속영업 장소에서 ‘음란 행위’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고 평가될 정도로 노골적으로 성적 부위를 노출하거나 성적 행위를 해야 음란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음란’이라는 개념은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유동적이고,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 및 다양성과도 깊이 연관된 문제인 만큼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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