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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신비를 밝힌다]下.차세대 뇌연구…노인성 치매 정복 (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불로장생은 오랜 인간의 꿈. 그러나 아직은 오래 사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노인성 치매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수명의 향상으로 치매의 증가는 필연적이다.

미국에서만 4백만여명, 우리나라에선 15만여명에 이르는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 차세대 뇌연구의 핵심주제로 단연 노인성 치매의 정복이 첫손 꼽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서울대의대 약리학 서유헌교수는 노인성 치매의 병인론 (病因論) 연구분야에서 독창적인 C단 (端) 단백질 가설을 주창해 국제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노인성 치매의 원인으로 유력하게 지목되어온 것은 베타아밀로이드. 이 단백질이 나이들어 뇌세포에 필요이상 축적되면 신경손상을 초래, 노인성 치매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노망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徐교수는 95년 노인성 치매의 원인물질로 C단단백질의 존재를 학계에 처음 제시했다.

C단단백질이란 뇌세포막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절단돼 생긴 카르복실기 단백질 조각. 徐교수는 세계최초로 DNA를 이용한 유전자 공학기법으로 실험실에서 C단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뇌세포 독성작용을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발표초기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국제학계도 C단단백질의 치매유발작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는 올해 5월 C단단백질이론을 지지하는 논문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파괴시켜 C단단백질을 양산해내는 쥐를 만들면 이 쥐가 다시 치매에 걸린다는 실험결과들도 속속 보고되고 있어 그의 가설은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다.

徐교수는 "실험결과 C단단백질은 기존 베타아밀로이드보다 10배나 독성이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며 "이제 노인성 치매의 정복은 베타아밀로이드보다 C단단백질의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고 강조한다.

현재 미식품의약국의 공인을 받은 노인성 치매 치료제는 타크린과 아리셉트 두종류뿐. 이들도 증상초기 기억력을 강화시켜주는 가벼운 효과만 지닐뿐 중증치매환자를 원상태로 돌려놓진 못한다.

C단단백질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으론 유전자치료가 거명되고 있다.

뇌세포막에서 C단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비정상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유전자를 붙여주는 기술이다.

문제는 이 기술의 실용화까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야한다는 점. 徐교수는 시간과 비용부담이 큰 정공법 대신 현재 기술로 당장 실현가능한 투망식 편법을 치매치료에 적용했다.

서양의학에 노출되지 않은 동의보감등 한의학 서적에서 신경생리작용을 지닌 것으로 기술된 약제 30여가지를 선택, 여기서 C단단백질 형성을 억제하는 성분을 추출키로한 것이다.

이중 현재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약초의 일종인 오수유에서 추출한 아민계열 화합물 DHED다.

그는 "DHED가 C단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것은 물론 뇌혈류 개선효과도 갖는 것으로 입증됐다" 며 "동물실험을 끝내고 곧 사람을 대상으로한 임상실험에 들어갈 예정" 이라고 밝혔다.

G7 (국가선도기술사업) 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결실을 맺은 DHED는 현재 미국과 일본에 특허출원중. 임상실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경우 신약으로 시판될 예정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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