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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에이즈 백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영국의 외과의사 에드워드 제너 (1749~1823) 는 종두 (種痘)가 안전하고 또 한번 맞으면 면역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자신과 자기 아들에게 직접 소의 고름에서 추출한 액체를 주사했다.

제너가 확립한 종두 치료법은 그때까지 천형 (天刑) 의 전염병으로 여겨졌던 천연두를 현저하게 줄였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는 얼굴에 곰보자국을 남기는 천연두의 근절을 공식 선포했다.

당시 영국의회는 제너의 공을 기려 3만파운드라는 거액을 포상금으로 주었으나 자진해서 자기 몸을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제공한 제너의 용기와 희생정신은 돈 이상의 것이었다.

지금도 온 세계는 그를 인류의 은인으로 추앙하고 있다.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자기 몸에 에이즈 바이러스 실험약을 주사맞겠다고 자원한 미국 의사 50인은 현대판 천형이라는 에이즈 (AIDS) 를 퇴치하려는 '십자군' 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 위험한 '자원봉사' 를 주도한 국제 에이즈 치료의사협회 (IAPAC) 의 고든 나리 회장은 "매일 세계에서 1천명의 에이즈 감염 어린이가 태어나는 현실을 보고 용기를 냈을 뿐" 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지금까지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은 5백80여만명에 이르는데도 아직 그 치료법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에이즈는 면역결핍 바이러스 (HIV)가 우리 몸 핏속의 백혈구에 침투, 그 면역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일어난다.

모든 병균에 대항하는 백혈구가 왜 에이즈 바이러스에는 꼼짝 못하는지 그것은 영원한 숙제겠지만 어쨌든 에이즈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를 차단하는 쪽으로 최근의 치료법이 급진전되고 있다.

생체실험을 통해 이 침투 저지실험이 성공할지의 여부를 알아보는 일이 급선무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 인간의 약 8만개 유전인자집단 가운데 '델타32 돌연변이' 인자가 에이즈를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인자는 백인 7명중 1명꼴로 유전되는데 흑인은 이것이 없다.

에이즈가 아프리카에 많은 이유를 알만하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백혈구의 단백질에 붙어 침투하는데 이 고마운 돌연변이 인자는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다.

이 유전인자를 백신으로 개발한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다.

하늘이 '아직' 인류를 사랑한다면 미국 의사들의 용기가 보답을 얻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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