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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신비를밝힌다]중. 난치성 뇌질환 치료 - 파킨스병(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어눌한 말투, 떨리는 손과 슬로우 모션을 연상케하는 느린 걸음걸이'

96년 애틀란타올림픽 개막식 TV중계를 통해 전세계인들은 최종성화주자로 나선 무하마드 알리에게서 전형적인 파킨슨씨병의 증세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파킨슨씨병은 미국에서만 매년 5만여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선 뇌졸중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으나 65세이상 노인 1백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다.

1817년 영국의사 제임스 파킨슨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 질환은 대뇌 깊숙히 위치한 흑질 (黑質)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분비가 감소되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 뇌속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는 약물 레보도파의 투여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치료수단이다.

레보도파로는 일시적 증상개선의 효과는 얻을 수 있지만 오래 사용하다보면 원하는 약효를 얻지 못하거나 저혈압.환각증세등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첨단뇌신경과학은 난치병으로 분류되는 파킨슨씨병 치료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실마리는 분자생물학에서 비롯될 전망이다.

파킨슨씨병 연구의 대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준텐도 (順天堂) 의대 신경과장 요시쿠니 미즈노교수는 "신경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상이 파킨슨씨병의 중요원인" 이라고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대사를 통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소기관. 이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해산소라디칼에 대항하기 위해 '컴플렉스1' 이란 효소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독성약물이나 외부충격등에 의해 손상되면 유해산소라디칼이 걷잡을 수 없이 방출돼 신경세포를 파괴시킨다는 것. 그의 연구는 비타민 E같은 항 (抗) 산화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그는 항산화제를 미토콘드리아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파킨슨씨병 치료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전자도 파킨슨씨병에 관여한다.

미즈노교수는 올해 파킨슨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인간의 6번째 염색체에서 찾아낸 바 있다.

50대이후 나타나는 전형적 파킨슨씨병과 달리 젊은 연령에서 느닷없이 발생하면 유전자 이상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파킨슨씨병이 항산화제 투여방법의 개발과 유전자요법으로 완치될 날이 머지 않았다" 고 전망했다.

도쿄 =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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