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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현안은 경제보다 부패 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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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이 부패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정부는 물론 국민까지 나서 부패 척결을 외치고 있다. 지구촌 경제위기 속에서도 요즘 중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보다 부패 문제다.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었지만 부패 척결 없이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중국 공안부는 지난해에만 부패 공무원 5000여 명이 처벌됐다고 밝혔다.

◆부패 척결 아이디어 경쟁=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0월 중앙정치국 상무회의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올 초에도 부패 문제를 신년 화두로 거론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공직자 부패를 차단하기 위한 묘책 발굴에 나섰다. 충칭(重慶)시 정부는 지난달 공무원 경비 지출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경비 지출 시 액수에 관계없이 사용 시간과 장소·금액·목적을 모두 기재하도록 했다. 또 현금 지출을 아예 금지하고, 반드시 공무원 신용카드로 결제하도록 했다. 공공기금 횡령을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장시(江西)성은 올해부터 사업단위 부서의 업무 79%를 공개했다. 나머지도 국가기밀이 아니면 모두 단계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사업부서의 업무가 공개되면 업자와 공직자 간의 검은 거래가 차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역시 사업부서와 정부 자산 매각 등 10개 필수 공개 항목을 지정하고 업무처리를 국민에게 공개토록 했다. 하이난(海南)성에서는 성 간부들이 올해부터 매월 150~300위안씩 청렴보증금을 낸다. 자신이 청렴하게 근무하고 업무처리가 공평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연말에 이 돈을 되돌려 받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 국고에 귀속된다.

◆국민은 인터넷으로 비리 감시=인민일보(人民日報) 인터넷 사이트에는 부패와 관련된 토론방(廉政網談)이 개설돼 있다. 올해만 100여 건의 부패 관련 고발과 아이디어가 올라와 있다. 이들 고발은 곧바로 신문에 보도되거나 관련 사직당국에 전달된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공직자 부패 사례가 그대로 실리기 때문에 ‘현대판 신문고’로 불린다.

2007년 5월 설립된 국가예방부패국에도 네티즌들의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200여 건이 넘는 고발이 있었다. 이 밖에 올해 각 지방 공안부와 감찰부 인터넷 사이트에도 네티즌들의 고발이 지난해보다 10% 이상씩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직자 비리 고발 소설·드라마 인기=요즘 중국 서점가에는 ‘시장(市長) 시리즈’ 소설이 인기다. 제목은 ‘여 시장’ ‘시장 부인’ ‘시장 애인’ ‘시장 비서’ 등인데 최근에는 ‘시장 기사’라는 소설까지 나왔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의 서점에서 베스트 셀러 10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시장이 뇌물을 좋아하다 보니 부인과 애인은 물론 차량 기사까지 호가호위하며 국민을 울린다는 내용이다.

경제가 어려운 때라 정부 발주 공사에 목을 매는 기업이나 서민들이 공직자들의 막강한 권력 앞에서 겪는 애환이 공감을 얻으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심지어 중국 문단에는 부패소설을 뜻하는 ‘공직 문학’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일부 문학비평가는 “부패 있는 곳에 부패소설이 있다”는 자조까지 했을 정도다. 이 같은 소설은 드라마로 재탄생하고 있다. 시장 시리즈 소설을 극화한 중앙방송(CC-TV) ‘감찰국장’의 시청률은 40%를 넘을 정도다. 베이징 런민(人民) 대학의 마오서우룽(毛壽龍) 교수는 “경제가 아무리 발전해도 부패가 척결되지 않으면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중국인들이 실감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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