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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직 낮은 브랜드이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외국을 여행해 보면 각 지역의 크고 작은 상점에서 한국상품을 발견하기가 예전 같이 쉽지 않다.

가장 큰 미국시장에서 저가상품은 중국과 동남아국가에 밀리고 고가상품은 일본.유럽 및 미국상품의 벽을 못 뚫는 구조적 딜레마 때문이다. 21세기의 선진경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든 고부가가치상품을 남보다 싸게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고부가가치상품은 반드시 반도체나 생명공학제품처럼 첨단제품일 필요는 없다.

기존제품이라도 전세계 소비자의 뇌리에 명품이라는 이미지로 통하면서 경쟁제품보다 고가로 팔 수 있으면 된다.

가방 하면 루이뷔통,가죽제품 하면 구치라는 식으로 전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팔 수 있는 품목이 몇 개라도 있으면 수출에 큰 힘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기업이 부단히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고 노력해 왔지만 최근 미국의 소비자기구가 연 가구소득 2만5천달러 이상의 여성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1백대 브랜드 상품조사에 우리나라 제품은 하나도 끼지 못했다.

조사대상 품목이 전자.가전 등 7개 가정용품에 국한됐기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적 명품이 빠질 수는 있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미국산이 많은 와중에도 소니.닌텐도나 카시오 같은 일본브랜드는 당당히 끼어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넘어야 할 고지의 높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조사 하나로 한국상품의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잴 수는 없지만 미국의 보통소비자에게 아직 한국상품이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구조조정 방향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 거품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는 제몫 찾기에만 열중하고 기업은 합리화가 늦어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니 세계적 명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고품질의 상품은 반드시 제조기법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문화적 가치를 상품에 내재시켜 다양한 소비자로부터 호평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창의성이 존중되고 각 분야에서 장인이 우대받는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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