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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그 많던 유리냄비 어디 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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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기기에도 유행이 있다. 패션·헤어 스타일처럼 빠른 트렌드는 아니지만 시대별로 주목 받는 냄비·프라이팬은 달랐다. 건강· 웰빙이 사회 이슈가 되고, 부엌에 들이는 가전제품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조리기구들이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변천사를 짚어봤다.

<도움말: 최혜숙 휘슬러코리아 요리 컨설턴트>

1990년대 초 유리냄비 환경호르몬 문제가 국내에도 알려지면서 유리냄비가 주목받았다. 당시 플라스틱 용기로 뜨거운 음식을 조리하거나 전자레인지에 가열하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그 틈새를 뚫고 고열에 조리해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유리냄비가 대안이 됐다. 하지만 깨지면 다시 쓸 수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부각됐다.

90년대 초 코팅 팬 90년대 초반 처음 나온 이래 집집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코팅 프라이팬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싸고 가벼운 장점도 장점이지만 코팅 처리가 돼 있어 잘 눌어붙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2004년 코팅제에 쓰이는 PFOA(Perfluorooctanoic Acid) 성분의 인체 유해 논란이 가중되면서 소비자의 불안심리가 커져 갔다. 또 가격이 싼 팬은 코팅 처리가 1~2회밖에 안 돼 벗겨질 경우 중금속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90년대 중반 옹기 뚝배기 90년대 유리냄비의 유행과 함께 떠오른 것이 옹기 뚝배기다. ‘숨쉬는 그릇’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으며 중금속을 해독해 준다. 하지만 베이킹소다나 쌀뜨물로 설거지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합성세제로 설거지하면 미세한 기공으로 세제가 흡수되었다가 음식에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용기가 데워지는 데 시간이 걸려 다양한 요리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90년대 후반 오븐 요리기구 가정에 오븐·그릴이 보편화되면서 함께 사용 가능한 주물·법랑 냄비 등이 주목받았다. 주물냄비는 무쇠가 원재료로 가마솥과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것. 열전도·보유 기능이 좋아 음식의 맛과 향이 달아나지 않는 장점을 지녔다. 특히 갈비찜이나 고등어조림 같은 찜요리 때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법랑 냄비는 금속 표면에 도자기 재질의 일종인 법랑을 입혀 매끈하게 만든 제품. 법랑 유약을 입혀 색깔을 알록달록하게 만들 수 있어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주부들이 즐겨 찾았다.

2007년 추억의 양은냄비 복고의 유행은 소비자에게 양은냄비를 다시 찾게 했다. 오래된 것일수록, 더 찌그러지고 못날수록 더 사랑받았다. 다른 냄비보다 열전도율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끓여야 맛있는 라면 같은 요리에는 궁합이 잘 맞았다. 하지만 오래 쓰면 중금속이 검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지만 웰빙 바람에 인기도 주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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