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해진 일본 정치자금…출처불명 돈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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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쿄 = 이철호 특파원]금맥 (金脈) 으로 얼룩졌던 일본 정치판이 서서히 정화되고 정치자금에서부터 세대교체의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자치성이 18일 발표한 96년 정치자금 보고서에 따르면 총회꾼 사건에 연루된 노무라.야마이치.다이와증권등 주요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받은 정치가는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천만엔 이상 뭉텅이로 헌금했던 은행등 주요기업과 경제단체의 수는 전년대비 절반이 줄어든 3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4년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치헌금이 전체 정치자금의 96%에 이르렀으나 정치자금 조성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18%로 크게 낮아졌다.

일단 자정효과를 본 셈이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파티를 통해 개인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한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나 전년대비 11.2% 증가한 1백억8천만엔에 이르렀다.

지난해 일본정당과 정치인들이 모금한 정치자금은 모두 1천6백65억엔. 2년만에 처음으로 2.4%가 감소했다.

반면 선거를 맞아 지출은 7.2%가 늘어난 1천7백65억엔으로 집계돼 지출이 수입을 웃돌았다.

정치가별로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자민당 간사장이 5억4천6백33만엔으로 1위 (95년 5위) 를 차지했으며 모리 요시로 (三喜郎) 자민당 총무회장이 3억3천만엔으로 2위, 신진당의 오자와 이치로 (小澤一郎) 총재가 3억2천만엔으로 3위 (95년 2위) 를 차지했다.

세대교체의 선두주자인 가토 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 (山崎拓) 자민당 정조회장등 소장파 3당 연립세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정치자금을 모았다.

반면 95년 1위였던 가메이 시즈카 (龜井靜香) 전 건설장관은 보수대연합파의 쇠퇴와 함께 7위로 내려앉았다.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는 95년의 절반정도인 2억8천만엔을 모금해 4위를 차지, 체면치레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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